‘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으라’는 탈무드 격언과 같이, ‘말’로 의사소통하는 세계 어느 언어권이든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잠언이 있다. 말은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오해와 분쟁을 낳는 불씨가 된다는 사실을, 언어는 달라도 오랜 세월 체득한 교훈은 상통한다.
대화는 상호작용이다. 즉,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공 주고받기 놀이에서 공이 의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던져질 수 있듯, 말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입장이나 사고방식·가치관 등이 다른 까닭에 한쪽에서 나간 말이 상대에게 의도치 않은 내용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상대방이 한 말에 나쁜 뜻이 없음을 알면서도 언짢을 때도 있다. 이처럼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고 자신에게도 후회를 남기는 것이 ‘말실수’다.
던져진 공처럼,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입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스스로 묻고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점들을 생각해야 할까. ‘생각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think’에 답이 있다. 알파벳 t, h, i, n, k로 시작하는 다섯 개의 단어를 통해, 즐거운 대화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다섯 가지 항목을 알아보자.
‘사실이 아닌 말’ 하면 거짓말, 과장된 말, 뜬소문, 가짜 뉴스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속이려고 작정하지는 않아도 사실이 아닌 말이 있다. 일반화하거나 왜곡한 말, 개인적인 편향에 치우쳐 해석·판단한 말이다.
주관적인 생각을 사실이라 믿고 다른 사람에게도 여과 없이 전하면 의도치 않게 남을 속이게 된다. 예컨대 “여행 가서 어떤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바쁘다며 그냥 가버리더라고. 그 나라 사람들은 다 불친절해”라고 말한다면, ‘여행 가서 어떤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바쁘다며 그냥 갔다’는 사실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다 불친절하다’는 말은 사실이라 할 수 없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 전체를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고 감정을 전달하려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을 주어로 표현함이 옳다.
자신의 생각을 사실인 듯 말해버리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한번 굳어진 생각은 잘 바뀌지도 않아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어도 문제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사실’과 ‘해석(판단)’을 구별하고, 자신의 판단과 해석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말이 오히려 화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충고와 지적, 간섭, 참견 등이 그렇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 들면 진정한 선의에서, 상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도 효과가 없다.
바둑이나 장기를 구경하던 사람이 끼어들어 수를 가르쳐주는 일을 ‘훈수’라 한다. 대국에 직접 뛰어든 당사자와 이를 바깥에서 지켜보는 구경꾼은 판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으므로, 대국자가 보지 못하는 수를 훈수꾼이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당사자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제삼자의 눈에 잘 보이는 때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불쑥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은 물론, 마치 상대방이 ‘내가 너보다 낫다’고 말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따라서 도움은 고사하고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실적인 정보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동생이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에서 언니가 “거기 화학조미료 엄청 들어갔을걸?” 한다거나, 어떤 물건을 싸게 샀다고 기뻐하는데 “그거 싼 거 아니야. 더 싸게 파는 데 있거든?” 하고 말하면 동생은 불쾌할 수 있다. 도움이 되고 유용한 정보라도 상대방이 들으면 어떨지를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쓴소리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바로, 칭찬과 격려, 인정과 응원이다.
운동선수가 관중의 응원을 받으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듯, 같은 일이라도 더 잘하려면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다. 칭찬과 격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아주고 향상심을 불러와 잠재 능력까지 발휘하게 만든다.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장점 역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다른 사람이 말해주면 그 기쁨과 감동은 매우 크다. 작은 일이라도 훌륭하게 해냈을 때,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노력한 점에 대해 인정해주면 스트레스 상황도 꿋꿋이 헤쳐나가게 된다.
‘나는 네 편이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굳은 신뢰가 형성되면 따끔한 조언도 수용된다. 입에 쓴 약도 달콤한 사탕과 함께 주어지면 삼킬 마음이 드는 것처럼, 내게 조언하는 사람이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때로 귀에 쓴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게 된다.
믿고 기다려주며 긍정적인 말로 힘을 북돋아주다 보면 갈등과 불화는 뒤로 물러난다. 세심한 관찰로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내어 말로 표현하는 것은 애정을 보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대화가 즐겁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심 분야를 찾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삼가야 한다. 상대방이 궁금해하지도 않고 상대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말’이요, 자기 자랑이나 상대방을 타인과 비교하는 말,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은 ‘안 하면 더 좋은 말’이다.
솔직하다고 해서 자신의 속내와 감정을 다 드러낸다거나, 직접 보고 들은 바를 다른 사람에게 모두 전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에게 “이제 실업자 신세네”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해도 불필요한 말이다. 또, 상대방에 관한 일을 제삼자에게 들어서 알게 된 경우, 상대방이 직접 말하기 전에 먼저 꺼내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들어서 유익할까?’를 생각하면 불필요한 말을 걸러내기 쉽다.
꼭 필요한 말은 아니지만 아무에게 피해 주지 않고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면 서로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괜한 논란을 일으키고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할 소지가 있다면 하고 싶어도 참는 편이 낫다.
참말이자 상대에게 도움과 힘이 되며 필요한 말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빠지면 소용없다. 부드러운 말씨와 온화한 미소, 바로 ‘친절’이다. 말에 담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퉁명스럽게 말하면 그 좋은 의미가 왜곡돼 전달되고 만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이유도 말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속상한 일을 겪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말투에도 그 감정이 그대로 실리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웃으며 말하다가도 상대방의 언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성이 높아지거나 표정이 굳어지곤 한다. 그러나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 그것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우호적인 태도로 대화하면 설령 서로의 의견이 맞서더라도 큰 문제로 불거질 우려가 적다. 상대의 친절함에 동화되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의 뜻에 맞추고 싶어진다. 그러나 강압적이고 가시 돋친 말을 하면 상대방을 나의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할 수는 있으나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고 만다.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정갈한 그릇에 담으면 더욱 돋보이고 맛있게 느껴지듯, 마음으로 생각한 말을 밖으로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부드러운 음성과 온화한 표정에 담아 건네는 말은 상대를 기쁘게 한다. 말의 온도를 높여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만 아니라, 서로 믿을 수 있는 친근한 관계로까지 발전시킨다.
‘친절한 말은 봄볕과 같이 따사롭다.’ _러시아 속담
‘부드러운 말씨는 철문을 연다.’ _불가리아 속담
사실, 언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말에 실수가 없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더 좋게 들릴까’, ‘상대가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늘 의식하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경험을 통해 배우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말이 잘못 나가는 횟수도 줄지 않을까.
이미 해버린 말은 돌이킬 수 없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내가 한 말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긁었을 때, 의도하지 않은 말이라고 합리화하거나 그 정도의 말에 언짢아하냐며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면 자칫 다툼이 될 일도 무마된다. 반대로 상대방의 말이 듣기 거슬릴 때, 그 말에 악의가 없음을 안다면 ‘그럴 수 있지’라며 큰 의미 두지 않고 넘어가는 건 어떨까. 그러면 상대방도 자신의 실수를 눈감아준 데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오래도록 기억할지 모른다. 나가는 말에 담긴 배려와, 들어오는 말에 담긴 이해는 좋은 관계를 이루는 바탕이다.
대화는 상호작용이다. 즉,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공 주고받기 놀이에서 공이 의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던져질 수 있듯, 말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입장이나 사고방식·가치관 등이 다른 까닭에 한쪽에서 나간 말이 상대에게 의도치 않은 내용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상대방이 한 말에 나쁜 뜻이 없음을 알면서도 언짢을 때도 있다. 이처럼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고 자신에게도 후회를 남기는 것이 ‘말실수’다.
던져진 공처럼,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입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스스로 묻고 생각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점들을 생각해야 할까. ‘생각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think’에 답이 있다. 알파벳 t, h, i, n, k로 시작하는 다섯 개의 단어를 통해, 즐거운 대화를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다섯 가지 항목을 알아보자.
True 하려는 말이 사실인가?
‘사실이 아닌 말’ 하면 거짓말, 과장된 말, 뜬소문, 가짜 뉴스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속이려고 작정하지는 않아도 사실이 아닌 말이 있다. 일반화하거나 왜곡한 말, 개인적인 편향에 치우쳐 해석·판단한 말이다.
주관적인 생각을 사실이라 믿고 다른 사람에게도 여과 없이 전하면 의도치 않게 남을 속이게 된다. 예컨대 “여행 가서 어떤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바쁘다며 그냥 가버리더라고. 그 나라 사람들은 다 불친절해”라고 말한다면, ‘여행 가서 어떤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바쁘다며 그냥 갔다’는 사실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다 불친절하다’는 말은 사실이라 할 수 없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 전체를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고 감정을 전달하려면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을 주어로 표현함이 옳다.
자신의 생각을 사실인 듯 말해버리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게 한번 굳어진 생각은 잘 바뀌지도 않아 그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어도 문제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사실’과 ‘해석(판단)’을 구별하고, 자신의 판단과 해석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Helpful 이 말이 도움이 되는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 말이 오히려 화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충고와 지적, 간섭, 참견 등이 그렇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 들면 진정한 선의에서, 상대에게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라도 효과가 없다.
바둑이나 장기를 구경하던 사람이 끼어들어 수를 가르쳐주는 일을 ‘훈수’라 한다. 대국에 직접 뛰어든 당사자와 이를 바깥에서 지켜보는 구경꾼은 판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으므로, 대국자가 보지 못하는 수를 훈수꾼이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당사자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제삼자의 눈에 잘 보이는 때가 더러 있다. 그렇다고 불쑥 말해버리면 듣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은 물론, 마치 상대방이 ‘내가 너보다 낫다’고 말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따라서 도움은 고사하고 반발심만 불러일으킨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실적인 정보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동생이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에서 언니가 “거기 화학조미료 엄청 들어갔을걸?” 한다거나, 어떤 물건을 싸게 샀다고 기뻐하는데 “그거 싼 거 아니야. 더 싸게 파는 데 있거든?” 하고 말하면 동생은 불쾌할 수 있다. 도움이 되고 유용한 정보라도 상대방이 들으면 어떨지를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Inspire 힘을 주는 말인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 도움을 주고 싶다면 쓴소리가 아닌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바로, 칭찬과 격려, 인정과 응원이다.
운동선수가 관중의 응원을 받으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듯, 같은 일이라도 더 잘하려면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하다. 칭찬과 격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북돋아주고 향상심을 불러와 잠재 능력까지 발휘하게 만든다.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장점 역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다른 사람이 말해주면 그 기쁨과 감동은 매우 크다. 작은 일이라도 훌륭하게 해냈을 때,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노력한 점에 대해 인정해주면 스트레스 상황도 꿋꿋이 헤쳐나가게 된다.
‘나는 네 편이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굳은 신뢰가 형성되면 따끔한 조언도 수용된다. 입에 쓴 약도 달콤한 사탕과 함께 주어지면 삼킬 마음이 드는 것처럼, 내게 조언하는 사람이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때로 귀에 쓴 말을 하더라도 받아들이게 된다.
믿고 기다려주며 긍정적인 말로 힘을 북돋아주다 보면 갈등과 불화는 뒤로 물러난다. 세심한 관찰로 상대의 좋은 점을 찾아내어 말로 표현하는 것은 애정을 보여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Necessary 필요한 말인가?
대화가 즐겁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심 분야를 찾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불필요한 이야기를 삼가야 한다. 상대방이 궁금해하지도 않고 상대방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말’이요, 자기 자랑이나 상대방을 타인과 비교하는 말,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은 ‘안 하면 더 좋은 말’이다.
솔직하다고 해서 자신의 속내와 감정을 다 드러낸다거나, 직접 보고 들은 바를 다른 사람에게 모두 전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직장에서 해고당한 사람에게 “이제 실업자 신세네”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해도 불필요한 말이다. 또, 상대방에 관한 일을 제삼자에게 들어서 알게 된 경우, 상대방이 직접 말하기 전에 먼저 꺼내버리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한 말이라도 ‘상대방이 들어서 유익할까?’를 생각하면 불필요한 말을 걸러내기 쉽다.
꼭 필요한 말은 아니지만 아무에게 피해 주지 않고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라면 서로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괜한 논란을 일으키고 유쾌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할 소지가 있다면 하고 싶어도 참는 편이 낫다.
Kind 친절한 말인가?
참말이자 상대에게 도움과 힘이 되며 필요한 말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빠지면 소용없다. 부드러운 말씨와 온화한 미소, 바로 ‘친절’이다. 말에 담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퉁명스럽게 말하면 그 좋은 의미가 왜곡돼 전달되고 만다.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이유도 말씨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속상한 일을 겪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말투에도 그 감정이 그대로 실리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웃으며 말하다가도 상대방의 언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성이 높아지거나 표정이 굳어지곤 한다. 그러나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일 때 그것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우호적인 태도로 대화하면 설령 서로의 의견이 맞서더라도 큰 문제로 불거질 우려가 적다. 상대의 친절함에 동화되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는 상대의 뜻에 맞추고 싶어진다. 그러나 강압적이고 가시 돋친 말을 하면 상대방을 나의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할 수는 있으나 마음의 거리는 멀어지고 만다.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정갈한 그릇에 담으면 더욱 돋보이고 맛있게 느껴지듯, 마음으로 생각한 말을 밖으로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부드러운 음성과 온화한 표정에 담아 건네는 말은 상대를 기쁘게 한다. 말의 온도를 높여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낼 뿐만 아니라, 서로 믿을 수 있는 친근한 관계로까지 발전시킨다.
‘친절한 말은 봄볕과 같이 따사롭다.’ _러시아 속담
‘부드러운 말씨는 철문을 연다.’ _불가리아 속담
사실, 언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말에 실수가 없기는 어렵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더 좋게 들릴까’, ‘상대가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늘 의식하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찾아온다. 그렇게 경험을 통해 배우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말이 잘못 나가는 횟수도 줄지 않을까.
이미 해버린 말은 돌이킬 수 없지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내가 한 말이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긁었을 때, 의도하지 않은 말이라고 합리화하거나 그 정도의 말에 언짢아하냐며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면 자칫 다툼이 될 일도 무마된다. 반대로 상대방의 말이 듣기 거슬릴 때, 그 말에 악의가 없음을 안다면 ‘그럴 수 있지’라며 큰 의미 두지 않고 넘어가는 건 어떨까. 그러면 상대방도 자신의 실수를 눈감아준 데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오래도록 기억할지 모른다. 나가는 말에 담긴 배려와, 들어오는 말에 담긴 이해는 좋은 관계를 이루는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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