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는 바람이 있어야 돌고, 물레방아는 물이 있어야 돌아간다. 모든 생물 역시 서로 공생하며 더불어 살아간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일을 해내기는 어렵다. 특히 가까운 가족 간에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에 따른 부탁도 자주 하게 된다.
부탁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원하는 바를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시간, 여건, 혹은 그럴 만한 능력이 부족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상대가 그것을 충족해주면 우리는 만족을 느낀다. 부탁을 들어준 사람 역시 그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뿌듯하다. 그렇게 부탁을 매개로 쌍방이 흡족한 마음이 들 때 관계는 더욱 끈끈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탁이라는 것이, 받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기에 귀찮고 수고로울 수 있다. 설령 어렵지 않은 일이라도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도와줄지, 말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전하거나 무언가 부탁할 때는 상대가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기 이전에 자신의 바람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해질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는 특이한 카페가 있다. 손님이 점원에게 “커피 한 잔” 하고 명령하듯 말하면 커피값이 7유로, “커피 한 잔 주세요” 하면 4.25유로, 거기에 인사까지 덧붙여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실래요?” 하고 친절하게 주문하면 1.4유로(약 2천 원)를 받는다. 무례하면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니 손님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어조로 주문하고, 점원도 기분 좋게 일한다고 한다.
같은 부탁이라도 흔쾌히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청에 기분 좋게 응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바로, 자발적인 마음이 들 때다. 사람은 누구나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선호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부탁할 때도 상대가 의무감이나 강요에 못 이겨 움직인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돕는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유·청유형의 어조로 말하는 것이 좋다. 흔히 가족에게 하는 부탁을 당연하게 생각해 명령조로 말하기 쉬운데, 명령과 부탁은 엄연히 다르다. “~해”, “~하지 마” 등의 명령은 강제성을 띠므로 상대를 언짢게 하고 반발심을 일으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줄 수 있어요?”, “~하면 좋지 않을까?”, “좀 부탁할게요.” 식의 권유나 청유형 어조는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을 주고, 선택의 권한이 듣는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로 전달돼 존중받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위에 소개한 카페처럼, 커피값을 깎아주고 싶을 만큼 호의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상대에게 관철하려 하거나, 자기 뜻대로 될 때까지 말하면 강요가 된다. 상대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면 이 또한 진정한 부탁이라 할 수 없다. 부탁할 때는 ‘상대가 반드시 내 의도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가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누군가 나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그에게도 원하는 바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이해하고 나와 상대의 바람을 모두 충족할 방법을 같이 찾으려는 태도를 지닐 때, 상대방 역시 나의 바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①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가족에게 원하는 점이 있을 때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이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사 후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가 ‘난 설거지를 하니까 남편은 청소를 하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남편이 무심히 TV만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그러면 아내는 격앙된 어조로 “청소 좀 해요”라고 말하게 된다. 가까운 사이라도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샅샅이 알 수 없다. ‘알아서 하겠거니’ 기대하지 말고 차분하게 부탁하자. 상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잘 이행하지 않아 갈등이 반복된다면 규칙으로 정하는 방법도 있다.
② 상대의 상황 고려하기
부탁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 등을 헤아려 부탁해도 좋을지를 살피자. 상대방이 들어줄 여력이 없을 때 부탁하면, 거절하거나 수용하더라도 마지못해서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예컨대 막 퇴근하고 돌아온 배우자에게 숨 돌릴 새도 없이 뭔가 부탁한다거나, 어떤 일로 고민 중인 사람에게 다른 일을 청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부탁에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또한, 다짜고짜 요구 사항을 말하는 것보다는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라고 의사를 물어 승낙을 받는다면 상대방도 들을 준비가 되어 훨씬 좋은 마음으로 응할 수 있다.
③ 신뢰하는 마음 표현하기
부탁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하기 마련이다. 부탁받은 사람도 상대가 자신을 믿어준다고 느낄 때 적극적으로 돕는다. 간단한 일이라고 해서 “어렵지 않으니 금방 끝날 거야”라고 인심 쓰듯 말하거나 “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해봐” 하고 시험하듯 부탁하면 상대방의 사기는 떨어지고 만다. 그보다는 “당신이라면 거뜬히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는 말을 하자.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주지는 않도록 하며, 무리하게 부탁하면서 말로만 믿음을 보이는 것도 삼가자. 상대가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지’라고 느낄 정도의 범위 안에서 신뢰하는 마음으로 부탁해야 한다.
④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도움을 청할 때 빙빙 돌려 말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부탁의 내용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자. 가령, 아이에게 “네 방이 좀 지저분하지 않니?”라고 말하기보다는 “방이 어수선해 보이는데, 널브러진 이불은 개고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겠니?” 하고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부탁이라면 상대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 부탁하는지 이유를 알고 납득해야 응하는 사람도 그에 대한 알맞은 행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지 말라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말하자. “문 세게 닫지 마세요” 대신 “문 닫는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문을 살살 닫아줄래요?”라고 설득하듯 긍정적으로 말하면 한결 부드럽게 전해진다.
⑤ 결과 공유, 감사 인사하기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부탁에는 상대의 수고가 따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베푼 호의에 따른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도움받은 뒤에는 상대의 행동이 어떻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알리고, 부탁을 들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하자. 그러한 인정과 지지로 상대방은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된다. 감사 인사는 그냥 고맙다고 하는 것보다는 ‘~한 일을 해주어서 ~한 점에서 도움이 됐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혹여 상대방이 돕는다고 한 일이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적하거나 언짢은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결과가 어떻든 도움을 베풀어준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자.
만약 사람이 만능 로봇처럼 모든 일을 혼자서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면 서로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부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도, 가정도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우며 살고, 부탁이라는 우호적인 협력을 통해 정(情)도 쌓는다.
그렇다고 부탁을 습관처럼 하거나 자신은 조금도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바라서는 아니 될 터.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자신도 그의 부탁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부탁이 필요할 땐 슬기롭게, 받은 도움에 대해서는 보답하려는 마음을 품고, 내가 준 도움은 생색내지 않기. 부탁의 순기능은 이처럼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클 때 제대로 발휘된다.
부탁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원하는 바를 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시간, 여건, 혹은 그럴 만한 능력이 부족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상대가 그것을 충족해주면 우리는 만족을 느낀다. 부탁을 들어준 사람 역시 그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뿌듯하다. 그렇게 부탁을 매개로 쌍방이 흡족한 마음이 들 때 관계는 더욱 끈끈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탁이라는 것이, 받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기에 귀찮고 수고로울 수 있다. 설령 어렵지 않은 일이라도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도와줄지, 말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전하거나 무언가 부탁할 때는 상대가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말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기 이전에 자신의 바람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해질지를 살펴야 하는 것이다.
명령은 부탁이 아니다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는 특이한 카페가 있다. 손님이 점원에게 “커피 한 잔” 하고 명령하듯 말하면 커피값이 7유로, “커피 한 잔 주세요” 하면 4.25유로, 거기에 인사까지 덧붙여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실래요?” 하고 친절하게 주문하면 1.4유로(약 2천 원)를 받는다. 무례하면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니 손님들은 대부분 부드러운 어조로 주문하고, 점원도 기분 좋게 일한다고 한다.
같은 부탁이라도 흔쾌히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청에 기분 좋게 응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바로, 자발적인 마음이 들 때다. 사람은 누구나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선호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싶어 한다. 따라서 부탁할 때도 상대가 의무감이나 강요에 못 이겨 움직인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돕는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유·청유형의 어조로 말하는 것이 좋다. 흔히 가족에게 하는 부탁을 당연하게 생각해 명령조로 말하기 쉬운데, 명령과 부탁은 엄연히 다르다. “~해”, “~하지 마” 등의 명령은 강제성을 띠므로 상대를 언짢게 하고 반발심을 일으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줄 수 있어요?”, “~하면 좋지 않을까?”, “좀 부탁할게요.” 식의 권유나 청유형 어조는 부드럽고 친근한 느낌을 주고, 선택의 권한이 듣는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로 전달돼 존중받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위에 소개한 카페처럼, 커피값을 깎아주고 싶을 만큼 호의적인 자세를 갖게 하는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상대에게 관철하려 하거나, 자기 뜻대로 될 때까지 말하면 강요가 된다. 상대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면 이 또한 진정한 부탁이라 할 수 없다. 부탁할 때는 ‘상대가 반드시 내 의도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가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누군가 나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그에게도 원하는 바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이해하고 나와 상대의 바람을 모두 충족할 방법을 같이 찾으려는 태도를 지닐 때, 상대방 역시 나의 바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부탁할 일이 있을 땐 이렇게
①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가족에게 원하는 점이 있을 때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이 정도는 알아서 척척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식사 후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가 ‘난 설거지를 하니까 남편은 청소를 하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남편이 무심히 TV만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그러면 아내는 격앙된 어조로 “청소 좀 해요”라고 말하게 된다. 가까운 사이라도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샅샅이 알 수 없다. ‘알아서 하겠거니’ 기대하지 말고 차분하게 부탁하자. 상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잘 이행하지 않아 갈등이 반복된다면 규칙으로 정하는 방법도 있다.
② 상대의 상황 고려하기
부탁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 등을 헤아려 부탁해도 좋을지를 살피자. 상대방이 들어줄 여력이 없을 때 부탁하면, 거절하거나 수용하더라도 마지못해서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예컨대 막 퇴근하고 돌아온 배우자에게 숨 돌릴 새도 없이 뭔가 부탁한다거나, 어떤 일로 고민 중인 사람에게 다른 일을 청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부탁에도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또한, 다짜고짜 요구 사항을 말하는 것보다는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라고 의사를 물어 승낙을 받는다면 상대방도 들을 준비가 되어 훨씬 좋은 마음으로 응할 수 있다.
③ 신뢰하는 마음 표현하기
부탁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하기 마련이다. 부탁받은 사람도 상대가 자신을 믿어준다고 느낄 때 적극적으로 돕는다. 간단한 일이라고 해서 “어렵지 않으니 금방 끝날 거야”라고 인심 쓰듯 말하거나 “할 수 있는지 어디 한번 해봐” 하고 시험하듯 부탁하면 상대방의 사기는 떨어지고 만다. 그보다는 “당신이라면 거뜬히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는 말을 하자.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주지는 않도록 하며, 무리하게 부탁하면서 말로만 믿음을 보이는 것도 삼가자. 상대가 생각하기에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지’라고 느낄 정도의 범위 안에서 신뢰하는 마음으로 부탁해야 한다.
④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도움을 청할 때 빙빙 돌려 말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상대방이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부탁의 내용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자. 가령, 아이에게 “네 방이 좀 지저분하지 않니?”라고 말하기보다는 “방이 어수선해 보이는데, 널브러진 이불은 개고 옷은 옷걸이에 걸어두겠니?” 하고 말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중요한 부탁이라면 상대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 부탁하는지 이유를 알고 납득해야 응하는 사람도 그에 대한 알맞은 행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지 말라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말하자. “문 세게 닫지 마세요” 대신 “문 닫는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문을 살살 닫아줄래요?”라고 설득하듯 긍정적으로 말하면 한결 부드럽게 전해진다.
⑤ 결과 공유, 감사 인사하기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부탁에는 상대의 수고가 따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베푼 호의에 따른 결과를 알고 싶어 한다. 도움받은 뒤에는 상대의 행동이 어떻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알리고, 부탁을 들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를 하자. 그러한 인정과 지지로 상대방은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된다. 감사 인사는 그냥 고맙다고 하는 것보다는 ‘~한 일을 해주어서 ~한 점에서 도움이 됐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혹여 상대방이 돕는다고 한 일이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지적하거나 언짢은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된다. 결과가 어떻든 도움을 베풀어준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자.
만약 사람이 만능 로봇처럼 모든 일을 혼자서 뚝딱 해치울 수 있다면 서로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부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도, 가정도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우며 살고, 부탁이라는 우호적인 협력을 통해 정(情)도 쌓는다.
그렇다고 부탁을 습관처럼 하거나 자신은 조금도 노력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만 바라서는 아니 될 터. 누군가에게 부탁할 때는 자신도 그의 부탁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부탁이 필요할 땐 슬기롭게, 받은 도움에 대해서는 보답하려는 마음을 품고, 내가 준 도움은 생색내지 않기. 부탁의 순기능은 이처럼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클 때 제대로 발휘된다.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