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잘 안다는 착각, 소통의 걸림돌 된다

자기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할 때,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천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었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다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쉽게 간과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알아서' 나에게 맞춰주기를 은연중에 바라고,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곤 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자. 그렇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작은 노력이 쌓여갈 때 가정에는 평화와 행복이 머문다.
동화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이 눈앞에 나타나 당신에게 초능력 한 가지를 주겠다고 한다. 당신은 어떤 능력을 달라고 하겠는가?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천여 명을 대상으로 가장 갖고 싶은 초능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었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다 알기 어렵다. 타인의 머릿속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쉽게 간과한다. 친밀한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가까운 사람의 생각은 척척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믿음은 인간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기도 하고, 애정이 깊어지게도 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눈빛만 보아도 안다’고 생각하는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더 자주 일어나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생각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가족을 ‘잘 안다’는 착각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다. 사람은 이 능력을 발휘해 복잡다단한 사회생활을 해나간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살피며 업무를 처리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능력은 빛을 발한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못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상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매 순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좋은 관계를 이어간다.

그럼 평생을 동고동락하는 가족은 서로를 더 정확히 알고 있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 니콜라스 에플리는 저서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에서 다음과 같은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부부들에게 배우자의 자존감이 어느 정도일지 묻고, 자신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할지도 가늠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짐작이 거의 맞을 것이라 답했다. 함께한 지 오래된 사이일수록 확신의 정도는 더 컸다. 하지만 이들이 배우자에 대해 아는 바는 44%에 불과했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다 할지라도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은 자신의 생각만큼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전혀 모르는 남이나 데면데면한 사이라면, 조심스러운 마음에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족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알아서’ 나에게 맞춰주기를 은연중에 바라고, 상대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앞세우곤 한다. 또한 상대방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그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거두어들이자. 앞선 실험에서 보듯, 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착각일 수 있다.


아는 것보다 알아주는 것이 낫다


남편이 직장 일로 바쁜 아내를 위해 결혼기념일 선물로 1박 2일 여행을 계획했다. 아내가 활동적인 성격이고 여행 서적 읽기를 좋아하는 터라 당연히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내키지 않는 눈치다. 한편, 아내는 요즘 사춘기 딸이 방황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얼마 전, 진로에 대해 가볍게 조언했더니 딸은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하며 성을 내고는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남편과 아내 모두 가족에 대해 잘 안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알아주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성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상황의 일부분만, 혹은 겉으로 드러난 태도만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 생각은 내가 잘 알지’, ‘우리 애는 날 닮았으니까 이런 걸 좋아할 거야’ 하고 상대의 의중을 넘겨짚는다. 반대로 상대에게 ‘아직도 나를 이렇게 몰라?’,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이래?’ 하고 서운해하기도 한다. 자신이 상대를 아는 만큼, 상대도 자신에 대해 잘 알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내 생각의 잣대로 짐작하기 쉽다. 이는 마치 의사가 환자에 대한 세밀한 진찰 없이 자기 지식만을 바탕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과 같다. 오진이 잘못된 치료로 이어져 불상사를 낳게 되듯, 잘못된 추측과 판단은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도 그 앎의 깊이가 단순히 지식에 그친다면 진정한 공감과 배려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때그때 상대가 처한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고 깊이 생각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환자에 대한 세밀한 진찰이 적절한 치료를 가능케 하듯,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고 행동하면 같은 상황이라도 문제를 훨씬 매끄럽게 좋은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사려 깊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마음을 공감해주는 대화와 역지사지의 자세


상대를 알아주는 노력은 대화에서 출발한다.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공유’를 뜻하는 라틴어 ‘communis’에서 유래했다. 대화로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하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 이를테면 가족 중 누군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그의 심정을 지레짐작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면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한 다른 사정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공감 분야 전문가 윌리엄 이케스는 “공감의 정확도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언어적인 지식”이라고 말했다. 즉,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 대화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충분히 안다는 전제로 대화에 소홀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마음에 공감해주자.

부부나 부모 자녀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자신과 상대를 동일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도, 부모의 몸에서 난 자녀라도 엄연히 독립된 인격체다. 나의 견해와 처지를 앞세워 상대도 그럴 것이라 판단하기 전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상대의 입장에 서보면 그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알아줄 수 있다.

누군가 화가 났거나 투정을 부릴 때는 섣부른 판단으로 맞대응하거나 잔소리하기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혹 자신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자. ‘지금 좋아하는 반찬 안 해줬다고 짜증 내는 건가’, ‘요즘 내가 무심해서 서운한가’. 그러나 이것도 자기만의 생각일 뿐, 평소보다 피곤하다든지 바깥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어 속상할 수도 있다. 한 발짝 물러나 가족이 처한 여러 가지 입장을 헤아리는 태도는, 불필요한 마찰이나 오해를 피하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현재 자신의 상황이나 기분은 어떤지 등을 올바르게 전달할 때, 상대방 또한 나의 마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유년 시절, 좋은 것을 양보하는 부모님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엄마는 입이 짧아’, ‘아빠는 새 옷보다 입던 옷을 더 좋아해’…. 그러나 당시 부모님의 겉모습과 행동만 보고 판단한 지식이 전부가 아님을, 장성한 뒤에는 알게 된다. 자녀가 그러한 마음을 알아주었을 때 부모는 참으로 기쁘고 행복하다. 반대로 자녀가 크고 작은 일로 마음이 상해 있을 때 부모가 그 마음을 헤아리고 따뜻이 감싸준다면, 자녀는 얼마나 안심이 되고 힘이 날까.

상대를 알아주는 것, 즉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그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자, ‘당신은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배려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과도 같다. 그렇게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작은 노력이 쌓여갈 때 가정에는 평화와 행복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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