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핑키예요.
저는 아주 건강하고 날렵하게 태어난 돼지예요.
특히 발이 매우 빨라서, 주인 할아버지는 제게 날쌘돌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어요.
하루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핑키, 널 달리기 대회에 내보내야겠어.”
그때부터 제 꿈은 달리기 대회에서 1등 하는 거였어요.
할아버지의 응원에 힘입어 하루 종일 우리 안을 뛰어다니며 달리기 연습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아서 거침없이 달리던 저는,
그만 오른쪽 앞발을 삐끗하고 말았어요.
으악! 저는 중심을 잃고 데굴데굴 굴렀어요.
우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넘어진 이후로 문제가 생겼어요.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조금만 빨리 달려도 고꾸라져 발라당 넘어지는 거예요.
넘어져 바둥거리면 친구들이 와서 도와주었어요.
그때마다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지요.
주인 할아버지는 제 다리를 다시 튼튼하게 하려고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다리에 붕대를 한번 감아보자. 근육을 조이면 달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핑키, 널 위해 특별히 만든 부츠야. 이걸 신으면 다리에 힘이 들어갈 거야.”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단다. 꿀떡 삼켜봐.”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소용이 없었어요. 저는 발라당 넘어지고, 또 넘어졌지요.
‘예전처럼 달리고 싶다.’
저를 안쓰럽게 보시던 할아버지는 언젠가부터
달리기 대회 얘기를 꺼내지 않으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바람이 휘몰아쳐 우리가 날아갈 듯 마구 흔들렸어요.
휘휘, 우지끈-!
우리 위쪽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거센 바람이 우리 안으로 들어왔어요.
우리 안에 있던 돼지들은 무서워
한곳에 모여 오들오들 떨었지요.

다음 날, 바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자
주인 할아버지가 와서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세상에, 지붕이 절반이나 뜯겨 나갔군. 수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어.”
할아버지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우리들이 먹을 아침밥을 준비해 주셨어요.
“얘들아, 밥 먹자.”
배가 고팠던 저는 사료를 향해 무심코 달려가다 여느 때와 같이 발라당 넘어졌어요.
그 순간 저는 깜짝 놀랐어요.
답답한 우리 천장 대신, 날아간 지붕 너머로 펼쳐진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느릿느릿 떠다니는 하얀 구름이 정말 예뻤어요.
그 뒤로 넘어질 때마다 하늘을 보느라 창피한 줄도 몰랐어요.
일곱 빛깔 무지개도 보았고요,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새도 보았어요.
그동안 저는 땅만 보며 살았어요.
우리 돼지들은 신체 구조상 고개를 들 수 없거든요.
그런데 제 머리 위로 이렇게 예쁜 하늘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달릴 때보다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예전처럼 빨리 달릴 수 없지만, 그래서 날쌘돌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만, 괜찮아요.
제 마음속에는 하늘이 있으니까요.
저는 하늘을 보는 행복한 돼지, 핑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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