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의 코는 대단해!


#1
“그럼, 모두들 점심 맛있게 먹으렴.”
“네!”

여우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물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책상 위에 올렸습니다. 코끼리 코니도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습니다. 오늘은 학교에 들어온 첫날입니다. 새로운 친구들, 재밌는 학교 생활 못지 않게 코니는 점심시간이 무척 기대됐습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면 왠지 피크닉을 나온 기분이 들 것 같았거든요. 뚜껑을 열어 보니 안에는 과일 샐러드, 각종 채소 등 코니가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했습니다. 코니는 코로 샐러드를 한 움큼 집어 입안에 넣었습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미어캣 후치가 코니에게 물었습니다.

“야, 넌 왜 코로 밥을 먹어?”

코니는 코를 그대로 멈춘 채 고개를 후치 쪽으로 돌렸습니다. 후치는 신기한 듯 코니의 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지요. 당황한 코니는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주변의 시선이 코니에게 쏠렸습니다. 동물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코니에게 한마디씩 했습니다.

“코로 밥 먹는 건 처음 봐.”
“언제부터 코가 길어진 거야?”
“코가 길어서 불편하겠다.”

크고 작은 말소리들이 코니의 마음 한가운데에 날아와 콕 박혔습니다. 얼굴이 붉어진 코니는 코를 돌돌 만 채 귀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도시락 뚜껑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코니는 코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귀로 코를 가린 채 필기했고, 체육수업 때는 코 대신 앞발로 공을 잡으려다 넘어지기도 했지요. 코를 안 쓰려니 불편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코니는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종례가 끝나자마자 코니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테이블에는 엄마가 깨끗이 씻어놓은 사과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습니다. 코니는 코로 사과를 집어 들다 슬며시 내려놨습니다. 그러고는 코를 쓰지 않고 앞발로 사과를 들어보려 했습니다. 넓고 평평한 발로 사과를 집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입으로 가져가 보려 했지만 도중에 놓치고 말았지요. 낑낑거리며 몇 번을 시도하던 코니는 결국 사과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코니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 아빠가 자상한 목소리로 코니에게 물었습니다.

“코니, 오늘 학교에서 어땠니?”
“네? 음, 괜… 찮았어요.”

아빠는 우물거리던 당근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새 친구는 사귀었니?”
“친구요? 네, 사귀어야죠….”

코니의 힘없는 대답에 아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엄마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코니에게 말했습니다.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괜찮으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 줄래?”

머뭇거리던 코니는 엄마 아빠의 따뜻한 눈빛에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 그래서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랬구나…. 마음이 불편했겠는걸.”

엄마가 코로 코니의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코니와 눈을 맞추며 아빠가 말했습니다.

“친구들이 아직 우릴 몰라서 그런 거야. 이곳 사바나에는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습성을 가진 수많은 동물이 살아가고 있단다. 우리도 그중 하나고. 너도, 친구들도, 학교에서 여러 동물을 만나 알아가는 과정을 겪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될 거야.”
“친구들이 저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날이 올까요?”
“물론이지. 아빠는 이 코가 오히려 멋있고 좋은걸?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데다 섬세한 동작도 할 수 있고, 거기다 힘도 세잖니? 긴 코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란다.”

‘이 코가 선물이라고?’

코니는 코를 요리조리 휘어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2
다음 날, 코니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전날 엄마 아빠의 말이 큰 위로가 됐지만, 친구들이 또 어떤 말을 할지 몰라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습니다. 기대하던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여전히 코를 당당하게 사용하지 못했지요. 코니는 또다시 도시락을 덮고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달래며 이리저리 방황하던 중, 운동장 너머에 한 무리의 동물이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코니는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그곳은 늪지대의 초입으로, 붉은색으로 ‘주의’라고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코니는 누군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도, 도와줘!”

늪에 빠진 것은 후치였습니다. 동물들은 후치를 구하기 위해 늪 가장자리에 서서 앞발을 뻗어 보기도 하고, 갈대를 내밀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후치에게 닿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비켜줘.”

그때 코니가 무리를 제치며 늪지대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심호흡을 한 코니는 신중하게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물이 무릎에 닿았습니다. 코니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그러자 발이 아래로 푹 꺼졌습니다. 당황한 코니가 뒤로 물러섰습니다. 늪 밖으로 나온 코니는 재빨리 코를 뻗어 나무에서 길고 튼튼한 가지 하나를 꺾었습니다. 그러고는 좀 전에 발을 디딘 곳으로 다시 들어가 후치에게 소리쳤습니다.

“후치, 이거 잡아!”

코니는 얼굴을 앞으로 쭉 내밀며 나뭇가지 잡은 코를 후치 쪽으로 뻗었습니다. 가지 끝이 후치에게 닿을 듯 말 듯 했습니다. 발버둥 치던 후치가 아슬아슬하게 가지를 붙잡았습니다. 코니는 나뭇가지를 꼭 쥐고 뒷걸음질 쳤습니다. 가지에 매달린 후치가 마침내 늪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와, 후치가 살았다!”

지켜보던 동물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때마침 소식을 들은 여우 선생님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습니다.

“후치, 괜찮니?”
“네, 괜찮아요. 선생님.”
“아니, 어떻게 된 거야?”
“후치가 버드나무 가지를 타고 놀다가 늪에 빠졌는데요, 코니가 코로 나뭇가지를 건네줘서 후치를 구했어요.”

나서기 좋아하는 가젤이 냉큼 선생님에게 고했습니다.

“코니, 네가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구나. 정말 잘했다!”

선생님은 감격에 찬 얼굴로 코니의 코를 쓰다듬었습니다. 후치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코니에게 말했습니다.

“고마워…. 넌 정말 대단한 코를 가졌어.”

코니의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3
시끌벅적한 점심시간, 코니는 기대에 부풀어 도시락 뚜껑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싱싱한 채소와 견과류가 한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코니, 이거 먹을래?”

옆자리 후치가 코니에게 사과를 건넸습니다.

“고마워. 너도 이거 먹어.”

코니도 후치의 도시락에 아몬드 한 줌을 놓아주었습니다. 둘은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늪 사건 이후로 코니는 더 이상 자신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도 잘 먹었고, 체육시간에는 날아든 공을 단번에 잡아냈습니다. 땀 흘리는 친구를 위해 코로 물을 뿜어주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친구들도 더 이상 코니의 코를 낯설어하지 않았습니다. 코니는 아빠의 말이 그저 자신을 위로해 주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코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이라는 말도 이해할 수 있었지요.

코니는 후치가 준 사과를 입에 넣었습니다. 아삭! 상큼한 과즙이 기분 좋게 입안에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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