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프레디의 다섯 번째 생일입니다. 하루 종일 아빠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린 프레디는 ‘띵동’ 초인종 소리가 나자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빠는 양손에 상자를 하나씩 들고 왔습니다. 하나는 케이크 상자, 다른 하나는 선물 상자였습니다. 기대에 찬 눈망울로 바라보는 프레디에게 아빠는 반짝이는 선물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우아, 아빠 최고예요.”
프레디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자 색색의 곰돌이 젤리가 가득한 유리병이 나왔습니다. 곰돌이 젤리는 프레디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입니다.
“야호! 맛있겠다!”
프레디는 유리병을 소중히 끌어안았습니다. 싱글벙글 웃으니 통통한 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었습니다. 형 제이든이 프레디를 흘겨보며 말했습니다.
“설마 그 많은 젤리를 혼자 다 먹을 건 아니지?”
“혼자 먹을 건데!”
“이 먹보야! 너 그러다 돼지 꿀꿀이 된….”
“자자, 우리 얼른 생일파티 하자.”
아빠가 뾰로통한 제이든을 달래며 말했습니다. 제이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엄마를 도와 접시를 날랐습니다. 형이 서운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프레디는 맛있는 케이크와 젤리를 앞에 두고 마냥 행복했습니다. 그런 프레디에게 아빠가 말했습니다.
“프레디, 이 젤리병은 신비한 병이란다. 주인이 착한 일을 하면 젤리가 저절로 채워지지.”
프레디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럼, 젤리를 다 먹어도 다시 생기는 거예요?”
“물론이지. 병을 어항 옆에 놓아두렴. 젤리가 생기는지 보자.”
프레디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케이크를 실컷 먹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집에 돌아온 프레디가 엄마에게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했습니다. 미술시간에 찰흙 놀이를 했는데, 에이미가 케이크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에이미도 어제 생일이었다고요.
이야기를 마친 프레디는 유리병에서 분홍색 젤리를 꺼내 입에 넣었습니다. 달콤한 딸기 맛이 났습니다. 초록색 젤리는 멜론 맛, 노란색 젤리는 레몬 맛, 주황색 젤리는 오렌지 맛…. 젤리는 색깔도 맛도 다양했습니다. 프레디는 젤리가 없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걱정 없었습니다. 곧 다시 채워질 거니까요.

쫄깃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에 푹 빠진 프레디는 동화책을 읽으며 젤리를 하나씩 집어먹었습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젤리를 먹다보니 어느새 병이 텅 비고 말았습니다. 저녁 식사 준비를 끝낸 엄마가 제이든과 프레디를 불렀습니다.
“얘들아, 밥 먹자.”
“엄마, 전 저녁 안 먹을래요.”
“응? 먹보가 웬일이야?”
프레디의 말에 제이든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프레디, 어디 아픈 건 아니니?”
엄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프레디 이마에 손을 짚었습니다.
“사실은, 젤리를 다 먹어서 배가 안 고파요.”
프레디는 책상 위에 놓아둔 유리병을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텅 빈 유리병을 본 엄마가 놀라며 말했습니다.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은 거야? 친구들도 주고, 형도 주고 하지 그랬어.”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프레디, 젤리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이에도 안 좋고 밥맛도 없어지잖니. 앞으로는 하루에 세 개만 먹자.”
“네, 엄마.”
프레디는 입을 삐죽이며 젤리병을 어항 옆에 갖다 두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형이 식사하는 동안 소파에 앉아 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아빠가 야근하고 돌아올 때까지도 젤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프레디는 밤사이 젤리가 병에 가득 차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안 돼. 내 젤리!”
하룻밤이 지나도 병은 여전히 비어있었습니다. 프레디는 울상이 되었습니다.
‘왜 젤리가 안 생기는 걸까?’
유치원에서도 프레디는 젤리 생각에 시무룩했습니다. 좋아하는 블록 놀이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에이미가 쿠키를 한 바구니 들고 와서 말했습니다.
“얘들아, 내가 생일 선물로 받은 쿠키야. 같이 나눠 먹자.”
“와, 맛있겠다!”
“고마워, 에이미.”
친구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습니다. 선생님도 에이미를 칭찬했습니다.
“선물로 받은 걸 친구들에게 나눠주다니, 정말 착하구나.”
순간 프레디의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주인이 착한 일을 하면 병이 다시 채워진다던 아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나도 에이미처럼 나눠 먹어야지.’
프레디는 에이미가 준 쿠키를 먹지 않고 가방에 챙겨두었다가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드렸습니다. 뜻밖의 선물에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프레디를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프레디네 가족은 후식으로 요거트를 먹었습니다. 엄마는 요거트에 넣어 먹으라며 체리와 견과류를 주셨습니다. 냠냠 맛있게 요거트를 먹던 제이든의 눈앞에 갑자기 프레디의 손이 쑥 나타났습니다.
“형, 체리 좋아하잖아. 이거 더 먹어.”

프레디의 손에는 자기 몫의 체리 두 알이 들어있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제이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체리를 받았습니다. 형에게 체리를 주고 나니 프레디는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프레디! 프레디! 이것 봐!”
아침이 밝자 제이든이 프레디를 부르는 소리가 온 집에 울려 퍼졌습니다.
“왜, 형?”
프레디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하품을 하며 방에서 나왔습니다. 제이든은 젤리가 가득 채워진 병을 프레디에게 내밀었습니다.
“너 어제 체리 양보하더니, 젤리가 가득 생겼어!”
프레디는 눈을 비비고 젤리병을 쳐다봤습니다. 거짓말처럼 젤리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프레디는 기뻐서 방방 뛰었습니다. 그러더니 젤리를 한 움큼 꺼내어 제이든에게 주었습니다.
“형,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어!”
유치원에 간 프레디는 친구들에게도 젤리를 나눠주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먹으니 젤리가 배로 달콤했습니다. 프레디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텅 빈 병을 어항 옆에 두었습니다.
‘또 젤리가 생기면 좋겠다. 형이랑 친구들과 나누어 먹게.’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도 유리병은 젤리로 가득 찼습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듯 프레디는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이후로도 프레디의 젤리병은 비어있을 새가 없었습니다. ‘먹보’ 프레디가 ‘나눠주기 대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레디는 젤리나 쿠키 같은 간식을 형과 나눠 먹는 것은 물론, 좋아하는 장난감도 친구들에게 흔쾌히 빌려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레디는 저절로 채워지는 젤리병의 비밀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날 밤 가족들이 잠자리로 흩어진 뒤, 프레디는 몰래 방에서 나와 식탁 아래 숨었습니다. 그리고 유리병을 뚫어져라 지켜봤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습니다.
프레디의 눈이 막 감기려는 순간 ‘달칵’ 문 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이어 누군가 살금살금 걷는 소리가 났습니다. 거실 스탠드도 켜졌습니다. 프레디는 젤리병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장식장 서랍에서 젤리를 꺼내 유리병을 가득 채웠습니다. 프레디는 얼른 뛰어나가 엄마를 꼭 껴안았습니다.
“프레디, 언제 나왔어?”
“병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궁금해서 식탁 밑에 숨어 있었어요.”
엄마가 프레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습니다.
“원래는 저절로 채워지는데, 요즘 유리병이 날마다 젤리를 만들어내느라 피곤하대. 그래서 오늘만 특별히 엄마가 채워준 거야.”
“정말요?”
“그럼!”
엄마는 자세를 낮추어 프레디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다시 안아주었습니다. 프레디는 엄마 품에서 젤리처럼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밤 신비한 유리병에는 젤리가, 프레디의 마음에는 엄마의 사랑이 한가득 채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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