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베이커리의 비밀


#1
알록달록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린다 마을의 골목은 매일 아침 갓 구운 빵 냄새로 가득합니다. 바로 코지 베이커리에서 스며 나오는 냄새지요. 하얀 수염을 멋있게 기른, 코지 베이커리의 주인 헨리 할아버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들을 유산지가 깔린 바구니에 하나하나 담았습니다. 헨리 할아버지가 만든 빵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코지 베이커리 빵은 햇살처럼 따뜻하고 포근해서 먹으면 행복해진다는 소문이 이웃 마을에까지 퍼질 정도였지요.

출근하던 프랭크 아저씨도, 맞은편 꽃가게 블룸 아주머니도, 엄마와 산책을 나온 릴리도 코끝을 스치는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리듯 코지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섰어요.

“좋은 아침입니다. 행복을 드리는 코지 베이커리입니다.”
“오늘의 빵 추천 가능한가요?”

프랭크 아저씨가 말했어요.

“물론이죠. 특별한 일정이 있으신가요?”
“네,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는데 조금 긴장되네요.”
“그럼, 마음의 안정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월넛브레드 어떠세요? 호두가 듬뿍 들어가서 두뇌 회전에도 좋답니다.”
“오, 그걸로 부탁드립니다.”
“맛있게 드시고 오늘 발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딸랑딸랑.

우유 배달을 마친 마일로가 가게에 들어섰어요.

“안녕하세요. 음, 오늘은 계피 냄새가 가득하네요.”
“마일로 왔구나. 조금 전에 달콤한 시나몬롤을 구웠단다. 맛 좀 보겠니?”
“좋아요!”

시나몬롤을 한 입 베어 문 마일로의 눈이 커졌어요.

“피로가 사르르 녹는 맛이에요.”
“새벽부터 우유 배달하느라 고단했던 모양이구나.”
“그래도 일한 뒤 먹는 빵이 최고로 맛있죠. 그런데 그렉이 안 보이네요?”

헨리 할아버지가 숨을 깊게 내쉬고는 미간에 힘을 주며 답했어요.

“그렉이 그동안 성실하게 해왔는데, 빵 굽는 일이 적성에 안 맞다고 판단한 모양이더구나.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오래 하긴 힘들지. 결국 다른 일을 찾으러 떠났단다.”
“그럼 할아버지 혼자 빵을 구우시는 거예요?”
“일할 사람을 알아볼 참이란다.”
“할아버지, 제가 빵 만드는 일을 해보면 안 될까요? 저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빵을 만들고 싶어요.”

마일로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고,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났어요. 마일로의 순수한 열정에 헨리 할아버지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지요.



#2
다음 날, 마일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코지 베이커리에 들어섰어요.

“할아버지, 좋은 아침입니다!”
“마일로, 일찍 왔구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빵을 제 손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하니 눈이 일찍 떠졌지 뭐예요.”

마일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어요.

“진정한 빵을 만들려면 정성과 애정이 필요하단다. 마음을 따스한 기운으로 채워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무슨 일부터 하면 될까요? 저 밀가루 포대를 가져 올까요?”
“음, 우선 밀대로 바닥 청소를 하겠니?”
“네? 네….”

마일로의 목소리가 축 처졌습니다.

“일을 배우는 데도 순서가 있는 법이란다. 빵을 만드는 건 때가 되면 알려주마.”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헨리 할아버지는 마일로에게 자질구레한 일들만 시킬 뿐이었어요. 마일로는 어깨너머로라도 빵 만드는 법을 알아내고자 헨리 할아버지를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빵을 만드는 과정은 너무나 평범했어요. 특별한 재료를 넣지도 않았지요. 헨리 할아버지는 정작 빵을 만드는 일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더 많아 보였어요. 헨리 할아버지는 가게 앞을 지나는 이웃들과 매일 반갑게 인사 나누며 안부를 물었어요.

“블룸 사장님, 오늘도 꽃들이 참 싱그럽군요. 햇살을 먹고 자란 것처럼 반짝이네요. 요즘엔 꽃을 찾는 손님이 많나요?”
“텀블 선생님, 이제 목발 없이도 잘 걸으시네요! 저번에 다친 왼쪽 다리는 이제 괜찮나요?”
“찰리, 그새 부쩍 컸구나. 지난번에 얘기한 자전거 타기는 성공했니?”

마일로는 그런 할아버지가 답답했어요.

‘어휴, 할아버지는 빵 만들기도 바쁜데 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시는 건지….’

어느 캄캄한 밤, 코지 베이커리 주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바로, 마일로가 밀가루를 반죽하는 소리였어요. 마일로는 헨리 할아버지의 레시피 책을 몰래 펼쳐놓고 빵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동안 본 게 있으니까 나도 빵 하나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어. 헨리 할아버지처럼 행복을 주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3
다음 날, 빵을 사 간 프랭크 아저씨가 찾아와 염려스러운 얼굴로 헨리 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빵이 평소와 달라요. 코지 베이커리만의 풍미도 안 느껴지고요.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반죽에 정성을 다하지 못했나 보네요. 다른 빵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그 빵은 사실 마일로가 만든 빵이었어요. 마일로는 자신이 만든 빵을 헨리 할아버지가 만든 빵 사이에 몰래 놓아두었지요. 마일로의 빵을 먹은 손님들은 빵 맛이 전과 다르다고 했어요. 코지 베이커리의 빵 같지 않다면서요. 마음에 찔린 마일로는 헨리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사실을 털어놨어요.

“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몰래 빵을 만들었어요. 저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폐를 끼쳤어요.”

그러자 헨리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빵을 만들고 싶었니? 하지만 우리 가게의 빵은 레시피가 전부는 아니란다.”
“그러면 다른 비법이 있는 건가요?”
“중요한 건 마음이지. 나는 빵을 만들면서 마을 사람들을 떠올린단다. 천진난만한 아이, 힘든 일을 겪는 이웃, 서로를 아껴주는 가족들 말이야. 빵 맛의 비밀은 우리 베이커리를 찾아주는 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있단다. 그 진심은 빵을 먹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저는 아직 진심이 깃든 빵을 만들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나 봐요.”
“낮은 자세로 바닥을 닦는 일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다 보면 마음이 영글게 될 테지.”

할아버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던 마일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일이 있고 얼마 후부터, 헨리 할아버지는 마일로에게 빵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어요. 마일로는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헨리 할아버지의 말씀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헨리 할아버지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며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이른 새벽, 일을 시작할 시간이 되기도 전에 마일로가 코지 베이커리의 주방에 들어서서 두 팔을 걷어붙였어요. 빵 만드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마일로는 먼저 따뜻한 우유에 설탕, 소금, 이스트를 섞었어요. 그다음 고운 밀가루를 펼쳐놓은 뒤 중심에 홈을 내어 우유와 계란을 넣고 정성껏 치댔지요. 반죽을 실온에서 발효시킨 후 버터를 넣어 밀대로 펴주고 접어주기를 반복하다, 납작하게 민 반죽을 삼각형 모양으로 잘라 도르르 말았어요. 오븐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크루아상을 보며 마일로는 소원했어요.

‘린다 마을의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

마일로가 만든 빵을 맛본 헨리 할아버지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마일로, 빵이 제법 맛있구나. 반죽도 잘 되었고. 훌륭한 제빵사가 될 소질이 있어.”
“다 할아버지 덕분인걸요.”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첫 손님이 들어왔어요. 마일로가 옷매무새를 다듬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행복을 드리는 코지 베이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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