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정은 6년 동안 시댁에서 살다 분가했습니다. 어머님은 한집에 살 때도 잘해주셨지만, 분가하고 나서는 더욱 잘 챙겨주셨습니다.
하루는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저희 집에 들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약속한 날, 집을 방문하신 어머님 손에는 짐이 한가득 들려있었습니다. 그날이 제 생일인 것을 기억하시고는 갓 끓여 따뜻한 미역국과, 함께 살 때 제가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 각종 반찬 등을 바리바리 싸 오신 것입니다.
어머님은 제가 불편할세라 짐만 풀어놓으시고는 바쁘다며 황급히 일어서셨습니다.
“힘들어서 올해까지만 챙겨준다. 내년부터는 없다.”
무뚝뚝하지만 애정이 스며 있는 말씀에 찬찬히 과거를 곱씹어보니, 어머님은 제가 결혼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생일을 챙겨주셨습니다. 그렇게 돌아서시는 어머님의 작은 등을 보면서 이 못난 며느리에게 친정엄마 못지않은 사랑을 주시는 어머님께 감격했고, 또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날 남편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가족을 대할 때 사랑보다는 그저 책임감을 앞세울 때가 많았던 저를 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사랑으로 감동을 주시는 어머님께 저도 효도하겠습니다. 진심을 가득 담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