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노라면 키득키득 웃음이 나는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20여 년 전, 큰아이와 남편이 똑같이 까까머리를 하고 서로 볼을 비비며 찍은 사진입니다.
큰아이가 돌 무렵이었습니다. 하루는 볼일이 있어 혼자 잠깐 외출했습니다. 남편이 쉬는 날이었고 시어머니도 계셔서 안심하고 아이를 맡겼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온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헤어스타일이 영구 캐릭터와 비슷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소중한 아이의 머리카락을 어떻게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을 수가 있나 싶어 화가 났습니다. 아이의 헤어스타일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합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터지는 일이지만, 그때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향한 서운한 마음이 꽤 오래갔지요.
속상해하는 저와 달리 남편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무척 행복해했습니다. 저의 이목구비를 많이 닮은 아이였는데, 머리를 그렇게 깎으니 남편과 붕어빵처럼 똑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편도 당시 까까머리를 하고 있어서 더 닮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가 흐뭇해하셨던 이유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따금 사진을 꺼내어 보면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보면 볼수록 닮은 부자(父子)의 모습이 귀엽고, 볼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를 끈끈하게 만드는 유전자의 힘은 실로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