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는데 한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유난히 반질반질해 저절로 눈길이 갔다. 아이를 바라보다 손목에 뭔가 찍힌 흔적을 발견했다. ‘참 잘했어요’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장 같았다.
“얘야, 손목에 찍힌 게 뭐니?”
호기심에 물었더니 아이 엄마가 대신 대답했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찍어준 도장인데, 씻길 때 지우려고 하니 울고불고 야단이어서 그 주위는 못 씻겼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흔적이 남아 있네요.”
엄마가 씻겨줄 때 칭찬 도장이 지워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동물도 칭찬받으면 기뻐한다는데, 하물며 사람은 얼마나 더할까.
그리고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하루에 몇 번이나 칭찬했는지. 그동안 칭찬에 참 인색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됐다. 돈이 드는 일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아내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도 아무 말 없이 식사할 때가 많았고, 칭찬이라고 해야 “맛있네요” 한마디가 전부였다. 아내는 별미를 준비하는 날이면 내가 귀가하는 시간을 평소보다 더 신경 쓰곤 하는데, 어쩌면 내가 그 음식을 먹으면서 칭찬해주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부부 사이 혹은 부모와 자식 간에 따뜻한 사랑을 유지하려면 충고와 지적보다는 칭찬의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 아내를 비롯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칭찬의 말을 자주 건네야겠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아내에게 전할 말을 마음속으로 연습해본다.
‘여보! 당신이 만든 음식이 최고야. 참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