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남편이 옥상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뒤따라 올라가 보니 방충망 같은 철재들이 평상 위에 널려 있었습니다.
“옥상에 뭘 만드는 거예요?”
깜짝 놀라 묻는 제게,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습니다.
“응, 여기서 삼겹살 구워 먹으려고.”
대학교에 입학한 큰아들을 타지로 보내고 마음이 허전했던 것일까요. 옥상을 꾸밀 계획을 세우며 여유를 부리는 남편의 모습이 의외였습니다. ‘도대체 삼겹살을 얼마나 구워 먹으려고 이러나’ 싶어 웃음도 났습니다.
얼마간의 공사(?) 후 완성된, 일명 ‘옥상 쉼터’는 제법 그럴듯했습니다. 여름휴가가 되면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옥상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즐거운 상상도 했지요.
마침내 여름을 맞아 아이들이 집으로 왔습니다. 남편이 야심차게 준비한 옥상 쉼터에서 드디어 삼겹살을 구워 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간 지 채 30분도 안 되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대야 때문입니다. 며칠 전부터 낮에는 폭염 경보,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졌지만 삼겹살 파티를 포기할 수 없어 호기롭게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푹푹 찌는 밤더위를 도무지 이길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못내 아쉬웠던지 저와 아들들에게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 갈 테니 집에서 에어컨 틀어 놓고 시원하게 있으라고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옥상 쉼터에서의 삼겹살 파티로 달래보려 했던 남편의 계획은 그렇게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리운 아이들을 기다리며 며칠 동안 고생해서 만든 옥상 쉼터에는 가족을 향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야속한 여름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 남편은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옥상 쉼터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