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6학년 딸아이는 김밥을 매우 좋아합니다. 하루는 김밥을 원 없이 먹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김밥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예전에 김밥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경험이 있어서 ‘김밥은 사 먹는 것이지, 싸 먹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기에 제 나름대로는 큰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일요일 오전, 분주히 김밥 재료를 준비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딸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엄마, 도와줄까? 나도 하고 싶어. 같이 하자. 재밌겠다!”
김 위에 밥을 펴서 깔고 달걀, 햄, 단무지, 어묵 등 재료를 하나하나 얹어 시험 삼아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김발이 없어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예쁘게 잘 말렸습니다. 썰어 놓고 보니 우아,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다음으로 딸이 시도했습니다. 가르쳐준 대로 밥은 적게, 재료를 정성스럽게 얹어 야무지게 잘 말았습니다. 써는 것도 알아서 척척 하더군요. 김밥 만드는 게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딸은, 오래 서 있느라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김밥을 말았습니다. 저는 총 다섯 줄을, 딸은 빠른 손놀림으로 열다섯 줄을 완성했지요.
고생스럽기만 했던 지난 경험과 달리, 딸아이와 함께한 김밥 말기 경험은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듯합니다. 그날 딸아이의 숨겨둔 재능을 새롭게 발견하는 한편, 직접 만든 김밥 스무 줄을 세 식구가 배부르게 먹었답니다. 아울러 김밥에 대한 제 생각도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아, 집에서도 김밥 싸 먹을 만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