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전염병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손상된 샘플과 생존자의 항체만으로는 바이러스의 핵심 인자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대학원생 요한 훌틴(Johan Hultin)은 영하의 땅에 묻힌 희생자라면 바이러스가 보존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1951년 혹한의 알래스카로 달려간 그는 얼어붙은 땅을 파내어 훼손되지 않은 조직을 채취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바이러스를 복원하는 데 이르지 못했지요.
그로부터 46년 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 일부를 확인했다는 소식과 함께 샘플 부족으로 연구가 중단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훌틴은 연구진에게 연락해 샘플을 구해오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자신은 과거 알래스카에 묻힌 희생자에게서 샘플을 채취한 경험이 있기에 연구에 도움을 줄 사람으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1997년, 72세의 훌틴은 연구비 지원을 기다릴 틈도 없이 사비를 들여 긴급히 알래스카로 향했습니다. 그가 구해온 폐 조직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원인을 규명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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