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나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으로 유명한 이 말은, 1597년 선조에게 올린 장계의 한 구절입니다. 장계란, 지방에 나가 있는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보고서를 뜻합니다.
충무공이 남긴 장계에는 일반 장계에서는 보기 드문 내용이 있는데, 그것은 노비의 이름과 공로가 기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지요.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당시, 하급자의 공로는 상관에게 귀속되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전투에 참여한 이들의 신분 고하를 따지지 않고, 하급 군관은 물론 노비라도 실명을 언급하며 공을 드러냈습니다. 배를 수리한 사람, 식량을 조달한 사람, 군수 물자를 관리한 사람 등 참전자들의 명단과 맡은 임무 그리고 공을 세운 자, 전사자, 부상자 등 전쟁에 기여한 내용까지 세세히 기록해 보고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마땅한 보상과 예우를 받을 수 있기를 왕에게 간곡히 청했습니다.
승전보 뒤에 숨겨진 이들의 노고와 헌신을 오롯이 담아낸 이순신 장군의 장계. 승리가 결코 자신만의 공로가 아님을 겸허히 드러내는 성웅의 면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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