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의술에 능한 사내가 정식 의원이 되기 위해 의과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수백 리를 걸어 마지막 고개를 넘던 중, 수풀 사이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달려가 보니 한 노인이 독사에 물려 쓰러져 있었습니다. 노인을 치료하면 시험 시간에 늦을 터였지만, 그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어 급히 침을 놓고 독혈을 뽑아 노인을 죽을 고비에서 구해냈습니다.
그가 헐레벌떡 시험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사내는 문지기에게 간곡히 빌며 사정했습니다. 한참 실랑이하는 사이, 그의 사연이 수석 시험관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시험관은 사내를 장내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러고는 사내에게 시험장에 늦은 연유를 소상히 들은 뒤, 뜻밖의 명을 내렸습니다.
“이 자를 즉시 합격으로 처리하여라.”
다른 수험생들이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시험관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의학 지식은 몇 년 공부하면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대업을 뒤로하는 ‘의원의 마음’은 수십 년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자는 종이 위의 시험 대신 길 위에서 하늘이 내린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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