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식지에 풀이 마르고 물웅덩이가 사라지는 건기가 오면 세렝게티의 ‘누’들은 신선한 풀과 물이 있는 지역으로 대거 이동합니다. 수만 마리의 누 떼가 행렬 지어 드넓은 초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관이지요. 대열을 이탈하거나 뒤떨어지면 치타와 사자의 밥이 되기 십상이므로, 누는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들을 경계하며 똘똘 뭉쳐야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흙먼지 날리는 대지를 약 한 달 동안 꼬박 걸어야 할 뿐만 아니라 넘실대는 강도 건너야 합니다. 그런데 강에는 또 다른 포식자, 악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는 악어가 득실대는 강에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합니다. 둘러 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 그때 용기 있는 한 마리가 뛰어들고, 뒤이어 너나없이 몸을 던집니다. 물살이 거칠어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무리 지어 강을 건너면 악어도 섣불리 덤비지 못하지요.
만약 한 마리가 홀로 이동에 나선다면 얼마 못 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지쳐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동료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비결은 ‘함께’입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 ‘함께’로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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