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작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여행했습니다. 일정 중에는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드네프르강에서 전승 기념탑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코스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작가 일행은 다른 여행지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게 그곳으로 출발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노을은 저물어가고, 여인상 하나가 있을 뿐 다른 기념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가가 가이드에게 전승 기념탑이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여인상을 가리켰습니다. 완전 무장을 갖춘 군인 모습의 조형물을 기대했던 작가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다시 묻자, 가이드가 말했습니다.
“전승은 전쟁에 나간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아들이 어머니의 따뜻한 품에 안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이며 승리가 아니겠습니까?”
단지 적군과 싸워 이기는 것만 생각했지 전쟁에 나간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의 마음은 헤아려본 적 없었던 작가는, 그동안 승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관념이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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