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덩이와 쇳덩이


“솜덩이와 쇳덩이 중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요?”

답은 ‘모른다’입니다. ‘솜은 가볍고, 쇠는 무겁다’가 보편적인 관념이지만, 무게가 명시되지 않은 이상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솜덩이 10㎏과 쇳덩이 10㎏을 양팔저울에 올려놓으면 어느 쪽으로 기울까요?”

답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입니다. 솜덩이든 쇳덩이든 무게가 같다면 평형을 이루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면 상황을 달리해 이렇게 질문하면 어떨까요.

“솜덩이 10㎏과 쇳덩이 10㎏을 들어 올린다면 어느 쪽이 더 힘들까요?”

답은 ‘솜덩이’입니다. 물리학적으로 같은 무게라도 솜덩이의 부피가 쇳덩이보다 훨씬 큽니다. 큰 솜덩이를 들어 올리려면 전신 근육을 사용해 몸의 균형까지 잡아야 하므로, 무게 대비 부피가 적은 쇳덩이보다 힘이 더 들지요. 여기에 솜덩이와 쇳덩이를 물에 빠뜨린다고 가정하면 물을 먹은 솜덩이는 쇳덩이보다 훨씬 무거워집니다.

이처럼 ‘솜은 가볍고, 쇠는 무겁다’라는 보편적인 관념이 ‘솜과 쇠의 무게는 같다’ 혹은 ‘솜이 쇠보다 더 무겁다’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관념 이외의 것들을 바라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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