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사오백 년 전, 경상북도 예천군에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패를 이루어 하루가 멀다 하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발단은 주로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였습니다. 하루는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 무덤’을 만들 것을 권했습니다. 싸움을 일으키는 불씨나 다름없는 거짓말, 거친 말, 남을 헐뜯고 상처 주는 말 등을 종이에 써서 장례를 치르듯 한데 묻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나그네의 말대로 언총(言塚, 말 무덤)을 만들자, 말로 인한 불화와 분쟁이 말끔히 사라지고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한 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 ‘부모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오늘날 언총 주위의 바위들에는 이처럼 말과 관련된 격언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혹 마음속에 묻어야 할 말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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