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자꾸 생각나는 것도 고통이지만,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자꾸 희미해지는 것 역시 고통스러운 일인 듯합니다. 나이 들어 걸리고 싶지 않은 가장 두려운 병으로 치매를 꼽는 이유도 치매가 ‘망각의 병’인 까닭이겠지요.
서울시가 한 제약회사와 치매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치매에 뺏기고 싶지 않은 기억’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참여한 어르신 373명 중 ‘자신의 인생’이라 답한 어르신은 54명(12.5%)에 불과, 284명(66%)이 답한 1위는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중에서도 ‘자녀’가 107명(38%)으로 가장 많았고, ‘가정’ 79명(28%), ‘배우자’ 35명(12.3%), ‘부모님’ 34명(12%), ‘손주’ 21명(7.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녀에 대한 기억 중 34명은 ‘첫 아이를 출산했던 기억’을, 20명은 ‘자녀의 학교 입학·졸업’을 꼽았습니다. 또, 가정에 대한 기억으로는 ‘가족과의 여행’이 3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가족의 이름과 얼굴’이라 답한 어르신도 6명 있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달리 표현하면 ‘가장 소중한 존재’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기억의 끈을 다 놓아도 끝까지 부여잡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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