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보다 강한 것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4년, 프랑스의 오마하 해변에서 치열한 전투 끝에 홀로 남은 독일 군인이 연합군을 한 명씩 저격하고 있었습니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인명 손실이 늘어나자 미 육군 대위 잭 툴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전투기 조종사이자 트럼펫 연주자였던 그는 소중히 여기는 트럼펫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부하들이 저격수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그는 “저 친구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닐 것이다”라며 당시 인기를 끌던 노래를 연주했습니다. 트럼펫 소리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동안 총성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한 독일 군인이 연합군을 찾아와 항복했습니다. 진지에 홀로 남은 그 저격수였습니다.

“어젯밤 들은 노래는 약혼자와 함께 불렀던 노래예요. 부모님도 떠올랐고요. 그래서 난 쏠 수 없었어요.”

잭 툴러 대위는 울먹이는 적군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내몰린 젊은 군인의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게 한 건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었습니다.
Go Top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복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