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동남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5000m 결승전이 열렸습니다. 앞다투어 달리던 선수들이 결승선을 모두 통과하고 트랙 위에는 단 한 명의 선수만이 남았습니다. 바로 캄보디아 국가대표 보우 삼낭(Bou Samnang) 선수였습니다.
삼낭 선수는 경기 당일 코치가 출전을 만류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제 무대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후위로 뒤처진 삼낭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습니다. 결국 홀로 남아 레이스를 이어가는데, 설상가상으로 하늘에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미 순위가 가려진 데다 쏟아지는 비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녀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삼낭 선수의 기록은 22분 54초. 1위와는 약 6분 차이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끝까지 달린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삼낭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느리거나 빠르거나 관계 없이, 누구나 인생에서 똑같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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