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먼 길을 떠났습니다. 넓은 세상에 나갈 생각으로 들뜬 제자에게 스승이 물었습니다.
“여행의 질서를 위해 우리 중 한 사람은 앞에서 이끌고, 한 사람은 뒤에서 따라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
제자는 자신이 스승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밤, 스승과 제자가 큰 나무 아래서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스승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제자에게 덮어주었습니다. 제자가 송구한 마음에 극구 사양하자 스승이 말했습니다.
“앞선 사람으로서 따르는 이를 보호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다음 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본받고자 오늘은 자신이 앞장서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아침 식사를 위해 물을 구하러 나서자, 스승이 “그것은 내가 할 일이다”며 그를 막았습니다. 제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스승님, 제가 길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스승님을 보살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지, 따르는 자인 내가 자네를 섬겨야지. 어찌 따르는 자가 이끄는 자의 봉사를 받을 수 있겠나.”
어떤 입장에서든 섬기는 자세로 임하는 스승에게 감명을 받은 제자는 스승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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