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는 안개가 끼는 날이면 가파른 모래언덕을 기어오릅니다. 몸길이 2cm 남짓한 딱정벌레에게 모래언덕은 거대한 산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아침 해가 떠올라 안개를 걷어내기 전 언덕 꼭대기에 당도해야 하기에 딱정벌레는 쉬지 않고 오릅니다.
모래언덕 꼭대기에서 딱정벌레가 하는 일은 물구나무서기입니다. 안개가 밀려오는 쪽으로 몸을 거꾸로 세운 자세로 가만히 있는데, 이는 딱정벌레가 물을 구하는 행동입니다. 안개 속 수분 입자가 딱정벌레의 등껍질에 난 오돌토돌한 돌기에 달라붙어 물방울이 맺히고, 맺힌 물방울이 점점 커지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지요.
물기라고는 미풍에 실려 오는 안개가 전부인 메마르고 뜨거운 사막에서, 한 방울의 물을 얻기 위해 딱정벌레는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 보석 같은 한 방울 물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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