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을 위해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부 해안과 맞닿은 나미브 사막(Namib Desert). ‘나미브’는 나마족 말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그곳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는 안개가 끼는 날이면 가파른 모래언덕을 기어오릅니다. 몸길이 2cm 남짓한 딱정벌레에게 모래언덕은 거대한 산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아침 해가 떠올라 안개를 걷어내기 전 언덕 꼭대기에 당도해야 하기에 딱정벌레는 쉬지 않고 오릅니다.

모래언덕 꼭대기에서 딱정벌레가 하는 일은 물구나무서기입니다. 안개가 밀려오는 쪽으로 몸을 거꾸로 세운 자세로 가만히 있는데, 이는 딱정벌레가 물을 구하는 행동입니다. 안개 속 수분 입자가 딱정벌레의 등껍질에 난 오돌토돌한 돌기에 달라붙어 물방울이 맺히고, 맺힌 물방울이 점점 커지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지요.

물기라고는 미풍에 실려 오는 안개가 전부인 메마르고 뜨거운 사막에서, 한 방울의 물을 얻기 위해 딱정벌레는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그리고 그 보석 같은 한 방울 물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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