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 경기가 종반에 접어들었을 때입니다. 갑자기 괴한이 도로에 난입해 한 선수를 밀쳐 넘어뜨렸습니다. 넘어진 선수는 1위로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지 리마. 뒤따라오던 그룹보다 300m 앞서 있던 그는 일어나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페이스가 망가져 다른 선수에게 역전당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리마 선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양팔을 활짝 벌린 채 지그재그로 달리는 여유까지 부렸지요. 우승이 유력했던 그는 결국 동메달에 그쳤지만 ‘분쟁이 커지는 걸 원치 않는다’며 자신을 넘어뜨린 괴한을 용서하고, 브라질 육상 연맹이 주장한 공동 금메달 요구를 종식시켰습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그에게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그는 금메달을 놓친 비운의 마라토너가 아닌 행복한 마라토너가 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 일로 2016년 자국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뽑히는 영예까지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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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드 쿠베르탱 메달: 경기 성적과 관계없이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사람에게 주어진다. 올림픽 최고의 영예로 인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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