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와 마지막을 함께한 장군

2020년 6월, 황규만 장군은 국립현충원의 장병 묘역에 안치되었습니다. 장군 직급으로 별세하면 넓고 번듯한 장군 묘역에 안치될 수 있음에도 한 평 남짓한 장병 묘역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할 당시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소위로서 사병들을 이끌고 경북 안강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한창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마침 지원군이 왔는데, 상황이 급박해 부대를 이끌고 온 ‘김 소위’와 인사도 제대로 나눌 새 없이 전투를 이어갔습니다. 전투는 1,500여 명의 전사자를 냈고, 김 소위도 그중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는 김 소위를 소나무 아래에 묻으며 ‘후일에 찾아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4년 뒤, 황 장군은 약속대로 김 소위의 유해를 찾아 국립 현충원에 안장했습니다. 이름을 몰라 ‘육군 소위 김의 묘’라고 쓴 묘비를 보며 ‘반드시 이름을 찾아주겠다’는 두 번째 약속을 했고, 26년 동안 신원을 수소문한 끝에 결국 ‘수영’이라는 이름을 찾아주었습니다.

전우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자신의 삶을 빚진 인생,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황 장군은 마지막으로 ‘김 소위 옆에 묻히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의 뜻대로 황 장군은 장병 묘역에 있는 김 소위 묘 곁에 나란히 안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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