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가 아버지의 생신 잔치를 계획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환갑을 맞으신 만큼 특별하게 준비하려고 머리 모아 고민했습니다. 상의 끝에,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며 즐거운 관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할 일을 분담했습니다.
첫째가 여행지에서 묵을 숙소를 검색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전화해 “요즘 잠을 통 못 자서 병원에 가보려고 하는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자, 첫째가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 바빠서요. 나중에 알아볼게요.” 둘째가 유명한 식당을 예약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전화해 “장아찌가 맛있게 익었는데 좀 나눠주련? 너 장아찌 좋아하잖아” 하자, 둘째가 말했습니다. “필요하면 사 먹을게요. 보내지 마세요.” 셋째가 아버지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갔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전화해 “네가 재작년에 사준 신발 밑창이 떨어졌는데 버리기는 아깝고 수선하고 싶구나. 신발 산 곳에 수선을 맡겨줄 수 있겠니?” 했습니다. 그러자 셋째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떨어진 신발은 그만 신으시고 갖다 버리세요. 주위 사람들이 보면 자식 탓해요.”
자녀들에게 거절만 당한 아버지는, 생일날에 한적한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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