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평화로운 오후, 누군가 101호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102호로 이사 온 사람입니다. 죄송하지만 망치 좀 빌릴 수 있을까요?”
101호 사람은 공구함에서 망치를 꺼내어 빌려주었습니다. 102호 사람은 다음 날 아침에도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직 이삿짐을 못 풀어서 그러는데, 혹시 드라이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후로도 102호 사람은 종종 물건을 빌리러 왔습니다. 101호 사람은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102호 사람을 계속 상대했다가는 득 없이 피곤해지기만 할 것 같아, 물건을 그만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 예고도 없이 아파트에 단수가 되었습니다. 그날 중요한 자리에 참석해야 하는 101호 사람은 씻을 물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102호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커다란 통 있으세요?”
101호 사람은 집에 큰 양동이가 있지만 단호하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102호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쉽네요. 미리 받아 놓은 물이 많아서 혹시 필요하면 나눠 드리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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