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의 조력자


미프 히스(Miep Gies)는 유대인 사업가 오토 프랑크(Otto Frank)가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한 회사에서 비서로 일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 독일의 유대인 박해가 심해지자, 1942년 프랑크 가족은 회사 건물 내 은신처로 잠적했습니다. 당시 유대인은 물론 그들을 숨겨주는 사람까지 처형을 당했지만, 히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프랑크 가족과 그의 일행을 도왔습니다. 주변의 눈을 피해 식료품과 생필품을 공급하였고, 외부 소식을 전해주었으며, 갖가지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년 후, 은신처는 누군가의 밀고로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운 좋게 체포를 면한 히스는 프랑크의 딸이 쓰던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언젠가 돌려줄 요량으로 소중히 보관했습니다. 일기장의 주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 일기장은 훗날 『안네의 일기』라는 책으로 발간되어 나치의 만행을 온 세상에 알렸습니다.

은신처 사람들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한 미프 히스. 조력자로 사는 내내 은신처에 숨은 사람들만큼이나 마음 졸였던 그녀는 지난날을 회고하며 말했습니다.

“그들을 돕지 않았다면 훗날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겁니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후회는 목숨을 잃는 것보다 나쁠 수도 있습니다.”
Go Top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복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