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어느 고을에, 가진 산삼을 모조리 공물로 바치라는 방이 붙었습니다. 명을 어기면 엄히 다스리겠다는 엄포에 백성들은 눈물을 머금고 귀한 산삼을 내놓았습니다. 며칠 후, 산삼을 바치지 않고 숨긴 집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벼슬아치가 병사를 대동하고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병사들은 온 집을 뒤져 산삼을 찾아냈습니다. 벼슬아치는 명을 어긴 죄로 그 집 아들을 잡아가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습니다.
“명을 거역하였으니 벌은 달게 받겠으나, 그 전에 어머니를 한 번만 뵙고 가게 해주십시오.”
그때, 병환으로 누워 있던 어머니가 버선발로 나와 아들 옆에 엎드리며 말했습니다.
“아들이 명을 어긴 건 산삼을 달여 이 어미에게 주려고 했기 때문이오. 모든 게 내 탓이니, 나를 벌하시오.”
그러자 이번에는 며느리가 달려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산삼을 캔 사람은 저입니다. 그러니 제가 잡혀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가족이 모두 엎드려 눈물로 애원하자, 벼슬아치는 병사들을 물리며 말했습니다.
“서로가 자신에게 죄를 돌리니, 어찌 벌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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