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짝의 비밀


홀로 사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인의 아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쇠약한 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아들이 아버지의 방에서 전에 없던 궤짝을 발견했습니다. 무엇이 들었는지 묻자 아버지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아들이 아버지 몰래 궤짝을 흔들어 보니 안에서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들은 안에 든 것이 아버지가 평생 모아 둔 보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들은 끼니마다 식사를 정성껏 차려드리고 같이 산책하며 말동무가 되어드리는 등 아버지를 극진히 보살폈습니다.

얼마 후, 병이 심해진 아버지는 아들에게 궤짝 열쇠를 주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아들은 궤짝을 열어보았습니다. 보화가 들어 있으리라는 아들의 기대와 달리, 그 안에 있는 것은 쇳조각과 편지였습니다. 편지를 읽은 아들은 궤짝을 붙들고 목놓아 울었습니다.

나이 들어 늙고 쇠하니 주위 사람들도 하나둘 떠나고 의지할 데라고는 너뿐인데, 너도 세상 사느라 바빠서 얼굴 보기 힘들더구나. 그래서 꾀를 내었다. 너와 가까이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단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네 덕분에 행복하게 눈감을 수 있게 되었어. 그동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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