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진 스승의 지도 아래 과거를 준비하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글공부에 성실히 임하며 급제를 꿈꿨지만, 첫 응시에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스승은 낙심하는 제자에게 세 잔의 차를 내왔습니다.
“한 잔씩 마신 뒤 맛이 어떠한지 말해보거라.”
제자는 차 세 잔을 천천히 맛본 후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첫 번째 차는 쓰고 떫기만 합니다. 두 번째는 쌉싸래한 맛이 납니다. 세 번째는 첫맛이 쓰지만 목으로 넘어간 뒤에는 단맛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돕니다.”
“그래. 이 차들은 각기 맛이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품종이다. 처음 잔은 올해 딴 잎을 우린 것, 두 번째는 5년 동안 숙성한 잎으로 만든 것, 세 번째는 10년간 발효시켜 만든 것이지. 쓴맛 뒤에 느껴지는 단맛을 ‘회감(回甘)’이라고 하는데, 좋은 차일수록 회감이 오래 남는다.”
스승은 세 번째 차를 제자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깊은 맛을 얻으려면 쓴맛을 이겨야 한다. 삶도 그러하다. 실패의 쓴맛을 보더라도 참고 인내하면 훗날 깊고 은은한 맛을 느낄 날이 올 게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계속 정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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