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가 담긴 도시락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이면 농장에서 일을 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셈으로 점심시간마다 수돗가로 가 물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하루는 청년에게 한 인부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내 도시락 좀 같이 먹어주겠나? 집사람이 날 살찌우려고 하는지, 도시락을 이렇게나 많이 싸줬지 뭔가. 남겨 가기도 뭣해서 말일세.”

인부의 권유에 청년은 쭈뼛쭈뼛 따라가 그의 도시락을 함께 먹었습니다. 인부는 다음 날도 같은 이유를 대며 도시락을 함께 먹자고 청했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매일같이 그가 가져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며 끼니 걱정을 덜었습니다.

새 학기가 되어 일을 그만두게 된 청년은 인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인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관리인을 찾아가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대신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관리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부인이 없는데? 몇 해 전에 사별했거든.”

그제야 청년은 자신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인부가 구실을 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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