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1월, 뉴욕시티 마라톤 대회에 약 3만 명이 참가해 2만 5천 명이 완주했습니다. 그날 최하위권으로 9시간 18분 57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토미 리버스 퓨지(Tommy Rivers Puzey). 그는 트레일 러너1)이자 울트라 러너2)로서, 201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2시간 18분 20초로 개인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7시간이나 느린 기록을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요.
2020년 7월, 기침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은 그는 악성 림프종이라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여러 검사를 진행하는 사이 그의 상태는 급속히 악화해 급기야 혼수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위루술, 에크모 치료, 항암치료를 받으며 각종 부작용에 시달렸고,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 끝에 골수이식을 받았습니다. 키가 183센티미터인 그는 체중이 44킬로그램까지 내려갔습니다.
퇴원 후, 그는 뼈만 남은 몸과 20퍼센트만 기능하는 폐로 보행기에 의지해 걷기 연습을 했습니다. 30초 달리면 15초는 쉬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빨리 달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딱히 변한 게 없습니다.”
기록은 때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길 위를 한 걸음씩 내딛는 데서 기적이 시작되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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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포장길을 달리는 사람
2) 마라토너보다 먼 거리를 달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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