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한 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누군가 캡슐 안에 독극물을 주입한 것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고, 그 진통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제조사는 발 빠르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한편, 유통된 제품을 모두 수거하고 생산과 판매를 즉각 중단했습니다. 경영자가 TV에 출연해 상황을 사실대로 전하며 자사의 진통제 복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었지만, 제조사는 책임을 안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총력을 다했습니다. 또한, 후속 대응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이미 구입한 캡슐 제품을 알약으로 교환해 주었고,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외부 물질을 투입할 수 없는 삼중 포장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테러에 휘말려 자칫 몰락할 뻔했던 제조사는 이 일을 계기로 오히려 견고한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제조사의 대처는 오늘날 윤리 경영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며, 해당 진통제는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이켜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회복한 ‘신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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