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국립공원. 물소 떼가 한가롭게 호숫가를 향할 때였습니다. 맞은편에서는 사자 몇 마리가 숨죽인 채 물소 떼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자를 발견한 물소들이 재빨리 달아났지만, 새끼 물소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든 사자와 함께 나동그라지면서 호수에 빠져버렸습니다. 나머지 사자들이 합세해 새끼 물소를 뭍으로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 물속에서는 악어가 새끼 물소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사자들은 새끼 물소를 필사적으로 끌어당겼고, 힘겨루기에 진 악어는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힘겹게 먹잇감을 쟁취한 사자들이 포식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습니다. 달아났던 물소 떼가 어느새 돌아와 사자들을 병풍처럼 에워쌌습니다. 점점 포위망을 좁히며 가까이 다가가던 물소 무리에서 한 마리가 달려가 사자를 들이받았습니다. 이어진 물소 떼의 공격에, 새끼 물소를 끈질기게 물고 있던 사자들은 하나둘씩 먹잇감을 포기하고 줄행랑쳤습니다. 새끼 물소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요.
동영상 플랫폼에 ‘크루거 전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입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포식자에게 맞서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그러나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함께’하는 것입니다. 연약한 개체라도 함께하면 맹수도 물리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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