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이 모조리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 겨울을 나는 나무.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나무이지만 봄이 되면 어김없이 부드러운 새잎을 내고 꽃망울을 폭죽같이 피워냅니다. 언뜻 죽은 듯 보였어도 나무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계획이란 바로, ‘겨울눈’입니다.
겨울눈은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틔우는 싹으로서, ‘잎눈’과 ‘꽃눈’이 있습니다. 나무는 겨울눈이 추위에 상하지 않도록 단단히 무장합니다. 목련처럼 털옷을 입히기도 하고, 물푸레처럼 가죽옷을 입히기도 합니다. 동백과 진달래처럼 비늘로 겹겹이 싸거나, 칠엽수처럼 기름칠을 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겨울눈은 눈보라 몰아치는 혹한에도 끄떡없지요.
나무는 잎의 활동이 왕성하고 양분이 넉넉한 늦봄에서 가을 사이에 겨울눈을 만듭니다. 한창 좋은 계절을 만끽할 시기인 데다 겨울이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나무는 겨울눈 준비를 게을리하거나 미루지 않습니다. 겨울눈 없이는 새봄을 기약할 수 없으니까요.
나무에게 겨울은 그저 춥고 혹독하기만 한 계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봄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기에, 묵묵히 기다리는 시간이 가슴 뛰듯 요동하는 설렘으로 채워지고 있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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