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가 마뜩잖은 얼굴로 약국에 들어섰습니다.
“약사님, 지난번에 사 간 약이 소용없는 것 같아요. 집사람이 여전히 입맛도 없고, 잠도 잘 못 자고, 감정 기복이 심해요.”
“저런, 그렇다면 신경 안정과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을 추가로 드려볼게요.”
백발의 약사는 진열대에서 약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습니다. 그러고는 지그시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드리는 약보다 효과가 훨씬 좋은 약이 있습니다.”
“그런 약이 있어요? 그럼 그걸로 주세요.”
“저희 약국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아내분에게 드릴 수는 있어요.”
“저한테 있다고요?”
“네, 사람에게 가장 좋은 약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미 주고 있는데요.”
“효험이 없으면 용량을 늘려보세요. 사랑은 아무리 많이 복용해도 탈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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