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 생겨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동안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일이 굴러들어와 저절로 행복감에 빠지는 경우가 그리 빈번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가 있기에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매사에 불만이 많은 한 대학원생이 있었다. 강의가 마음에 안 든다고 교수를 비난하는가 하면, 툭하면 짜증 섞인 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는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홀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비행기가 연착하고 지갑을 잃어버리는 등 여행길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실의에 빠진 그가 값싼 방을 찾아다닐 때, 한 할머니가 묵을 곳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인도했다. 따라온 청년에게 따뜻한 수프를 대접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던 할머니가 말했다.
“좋은 일을 부를 수 있는 놀라운 말이 있지요.”
청년은 귀를 쫑긋 세우고 물었다. 할머니의 대답을 가슴에 새긴 그는 인생을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다. 그 말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짜증 나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협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해주었다. 실제 좋은 일들이 이어졌고, 그는 더 행복해졌다. 할머니가 일러준 그 말은 바로, “감사합니다”였다. 이는 일본의 한 공학박사가 젊은 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감사의 힘에 관해 저술한 책 내용이다.
국내 한 제철소에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는 기계에 감사 스티커를 부착했더니 2년 만에 고장률이 절반으로 떨어진 사례가 있다. 기계가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원인을 조사한 결과, 기계에 감사 문구를 붙인 뒤로 현장 직원들이 전보다 애정을 갖고 정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감사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안 좋은 상황을 반전시킬 뿐만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고 습관화하면 삶을 이롭게 하는 많은 것을 안겨준다.
마음으로 먹는 영양제, 감사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면 얼굴에는 미소가 맴돌고, 입에서는 부드럽고 온화한 말이 나간다. 만족, 행복을 느낄 때와 같은 양상이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감사하면 만족이 따라온다. 뒤이어 행복도 찾아온다. 둘 중 하나라도 오지 않으면 진정한 감사가 맞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심리적으로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변화를 일으킨다. 과학자들은 감사하면 즐거움이나 쾌감을 느끼는 뇌 중추가 작동하여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도파민, 세로토닌이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이런 호르몬들은 즐거움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뇌의 학습 기능을 활성화하여 창의성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낮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힘도 북돋운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우리 뇌는 긍정적이고 즐거움을 잘 느끼게 되어 영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폴 밀스 교수는 심장 질환 환자 186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감사하는 태도를 지닐 때 우울감이 낮고 마음이 편안하며 잠도 잘 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보충 실험으로 두 달 동안 감사 일기를 쓰게 했더니 환자들의 염증 수치가 떨어지고 심장 질환 발병률도 낮아졌다.
감사하는 마음이 심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심장과 뇌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분노와 원망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된다. 이들 스트레스 호르몬은 심장을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뛰게 만들고, 혈관 수축, 혈압 상승, 면역계 약화 등 신체에 불리한 연쇄반응을 유발한다. 심하면 심장에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장박동 측정과 뇌의 MRI 영상 촬영 결과, 심장박동수, 혈압, 면역 기능, 호르몬 균형이 가장 이상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감사한 일을 생각할 때였다. 감사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자가 관리인 셈이다.
감사를 방해하는 요소들
아이들은 대개 부모가 서로 다투거나 자신에게 크게 화를 냈던 기억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을 더 오래, 그리고 또렷이 기억한다. 그러한 습성은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진다. 하루에 기분 좋았던 일이 열 가지라도, 기분 나쁜 일이 하나 생기면 그것에 더욱 주목한다. 이처럼 이득보다 손실에, 성공보다 실패에, 칭찬보다 비난에 더 예민한 심리를 ‘부정성 편향’이라 한다. 이런 심리적 작용으로 사람은 불안과 분노, 두려움에는 취약하나, 자신이 누리는 혜택에는 무덤덤한 경향을 보인다. 부정적 편향을 의식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불평과 불만을 쏟아낼 수 있다.
불만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버리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감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 불만을 늘어놓거나 베개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등의 행위는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고 한다. 우리 뇌는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에, 부정적인 상황을 상기하는 것을 다시 그 일을 겪는 것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마음에 안 든다고 토로해 봐야 소용없듯이, 바뀔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불평은 아무 의미 없다. 불만을 불만으로 표출하는 대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감사와 같은 이로운 점을 찾는 편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비교는 감사의 적이다. 자신의 처지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열등감으로 불행해지고, 반대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면 자칫 우월감에 빠질 수 있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과 비교해 불평하면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없다. 또한, 걸을 수 있어 감사한 건 걸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함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감사는 이롭지 않다. 감사는 비교가 아닌, 자신이 누리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음미하는 데서 나온다.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태도도 감사의 방해꾼이다.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자기 덕분이라 생각하기 쉽고, 타인의 공을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다른 사람의 호의와 선행도 당연시하므로 결국 감사가 어려워진다. 진정한 감사를 하려면 이러한 감사의 방해 요소들을 인식하고 제거해 나가야 한다.
감사는 조건이 아닌, 찾아내는 능력이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 의지로 안 되는 일, 부정적인 감정을 자아내는 일은 어느 때고 일어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라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의 자극에 휘둘리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고 감사를 택할수록 삶은 밝고 풍요해진다.
감사는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감사는 특정한 사건이나 조건에 따른 감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혜택과 축복을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일이다.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에 제동이 걸리면 그제야 감사함과 소중함을 알게 되듯, 감사해야 할 일도 익숙하면 무뎌지기에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감사라는 관점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감사거리는 끝도 없이 펼쳐진다.
감사는 현재의 행복을 누리게 할 뿐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한다. 힘들고 아프게 느껴졌던 지난 일들이 자신을 성장시킨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전환은 앞으로의 삶까지 유연하게 만든다. 고통과 괴로움에도 유익한 점이 있음을 알고 감사하면 그것을 헤쳐나갈 힘과 의지가 생기고 괜한 근심과 걱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혹자는 감사하는 삶을 목표 없이 그저 안주하며 살아가는 소극적인 태도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사에는 소재를 찾고, 느끼고, 표현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수반된다. 또한, 운동이나 악기처럼 감사 역시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마음으로 느끼는 데 그치기보다 표현을 습관화할 때 더욱 큰 효과를 내는데, 감사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사 카드, 감사 일기, 감사 메모와 같이 지면에 적는 것이다.
그렇게 감사가 삶의 태도가 되면 특권 의식이 줄어들고, 우리가 누리는 혜택의 이면을 보게 된다. 자신을 향해 있던 초점이 점점 주위로 확대되면서 작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깃들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고개를 들어도 감사라는 해독제가 있으니 불필요한 감정 소비와 에너지 낭비가 덜하다. 시나브로 마음은 넉넉하고 여유로워진다.
좋은 일이 생겨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동안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일이 굴러들어와 저절로 행복감에 빠지는 경우가 그리 빈번하지 않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가 있기에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가족과 감사 나누기를 즐겨 하며 서로를 고마운 존재로 바라보자.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온다’는 말처럼, 행복한 가정에는 감사의 문이 언제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