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년 전만 해도 가족 식사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각자 집을 나서기 전 함께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느긋하게 저녁을 먹었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밥상 앞에 모였다. 매일 반복되지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일과가 바로 가족 식사였다.
그런데 이제는 대다수 가정에서, 가족 식사가 미리 약속해야만 이루어지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은 대충 때우거나 거르고, 저녁 역시 학업과 일 등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식문화, 식품산업의 발달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이러한 까닭에 가족과 한집에 살면서도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가정에서 이루어지지 않음은 풍족한 식생활 이면에 감추어진 빈곤이라 해도 무방하다. 혼자 식사하는 횟수가 잦으면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정 해체의 원인이 가족 식사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한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는 ‘가족의 날’을 정해 가족 식사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 식사가 지닌 가치는 변함이 없다. 끼니를 혼자서 대충 때우는 풍경이 익숙한 요즘, 가족 식사의 순기능이 더없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먹는 일’은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생사가 달린 점에서 중요성이 동일하다. 그러나 오로지 살기 위해 먹는 동물은 같이 먹으면 더 많이 차지하려는 본능이 발동하는 까닭에 다툼이 일어나기 쉽지만, 사람은 같이 먹을 때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행복감이 높아지고 더욱 사람답게 보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라틴어 ‘친구(companion)’는 ‘빵(pan)을 함께(com) 먹는 사람’에서 유래했고, 한자어 ‘식구(食口)’는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친구든 식구든 함께 밥을 먹어야 단어의 진정한 뜻이 성립된다. 이는 사람에게 음식이 단지 먹고 배부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님을 방증한다.
실로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음식을 섭취함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서로 마주하여 밥을 먹는 동안 소속감은 물론 유대감과 가족애도 돈독하게 만든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관행이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것도 함께 먹으면 친밀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가족의 결속력 역시 한솥밥을 나눠 먹는 중에 다져진다.
자녀들은 정성스레 차려진 식탁 앞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느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연구 결과, 가족과 식사하는 횟수가 잦은 아이일수록 언어능력과 사고력·집중력이 높고, 신체 변화와 학업 스트레스로 예민한 청소년기의 탈선 확률도 낮게 나타났다. 또한, 규칙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보다 평균적으로 더 풍부한 영양을 섭취한다. ‘규칙적인 식사만으로도 부모의 근심 걱정이 해결될 수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대로, 가족 식사는 자녀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특효약인 것이다.
‘시간 맞추기도 어려운데 꼭 같이 먹어야 되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늘려보자. 부모가 가족 식사를 소중히 여기면 아이들도 자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함께 식사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그 자체로도 가족을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된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식탁 위에 맛있고 영양 가득한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아무런 대화 없이 침울한 얼굴로 밥만 꾸역꾸역 먹는다면 제대로 된 가족 식사라 볼 수 없다. 가족 식사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도 의사소통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훌륭한 식사는 웃음과 대화가 꽃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한 제약회사가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동료 혹은 가족과 식사할 때 대화하는 시간이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대화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밥상 앞에서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말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세간에는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손님에게 음식값을 깎아주는 식당이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식탁은 대화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달리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양질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옥시토신,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대화도 더욱 잘 풀린다. 호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으로도 행복을 느끼지만, 여기에 먹는 즐거움이 더해지면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만 아니라 ‘어떤 대화를 나눌까’를 고민하며 대화를 위한 자리라는 생각으로 식사에 임하자. 그렇다고 그 시간을 기회로 자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내서는 안 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상대편은 진수성찬이라도 먹기 싫어지고, 식사 시간이 고문과도 같아 그 자리를 피하고 말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묻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되, 혹여 의견 차이가 생기더라도 비난하거나 훈계하지 말고 좋은 분위기를 유도하자.
식사 때마다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는, 식구들이 그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가족들을 식탁으로 불러들이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여든다. 가정에서의 식사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면 가정생활의 만족도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까지 높아진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먹으면 내장 기능이 원활해져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가 잘된다. 소화기관은 신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불편하고 언짢은 기분으로 밥을 먹으면 식욕도 못 느낄뿐더러, 위액 분비가 억제되고 위장의 연동운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하기 쉽다. 부정적인 감정은 식전에 해소하고 가족과 갈등이 있더라도 화해한 뒤 식사하는 규칙을 세워두면, 식사를 계기로 분위기도 전환되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기 위해서는, 식사와 관련된 가사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한 사람이 분주히 밥상을 차리고 나머지 식구들은 와서 밥만 달랑 먹고 간다면 가족 식사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 장보기,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차리기, 뒷정리와 설거지 등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가족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힘을 보태면 주방 일을 한결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도 두루두루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된다. 서로 도우려는 행동에서 배려심을 느껴 가족애까지 도타워진다.
식사 예절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예절 바른 식사 태도는 가족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아니라 집에서도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배가 고프면 먹기 바빠 예의를 지키는 데 소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족끼리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피곤하게 예절까지 지켜야 되나?’라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면 그 자리가 결코 즐거울 수 없다.
식사 전후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며 힘차게 인사하고, 식사할 땐 예의를 갖추고 행복한 얼굴로 맛있게 먹자. 감탄사나 유머 등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면 자연스레 기분 좋은 담소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식사 시간을 즐겁게 만드는 비결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 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면 식구를 즐겁게 해주고 싶고, 배려하는 행동이 절로 나온다. 대화 대신 TV와 스마트폰에 눈길을 준다거나,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멀리할 수 있다. 반찬 투정은 고사하고 마른 빵 한 쪽이라도, 감자 한 알이라도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삼십 년간 행복을 연구한 어느 작가가 저서의 말미에 이런 물음을 던졌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는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거기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소박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행복에 대해 내린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함께할 수 있기에 가족 식사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가족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상에서 가족과 도란도란 대화하며 밥 먹는 행복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는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모여 여유 있게 식사하는 자리, 정성스레 차린 음식 위에 사랑의 대화와 웃음으로 양념을 곁들이자. 소중한 가족과 즐겁게 하는 식사는 그 어떤 수라 못지않은, 진정한 진수성찬이다.
그런데 이제는 대다수 가정에서, 가족 식사가 미리 약속해야만 이루어지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은 대충 때우거나 거르고, 저녁 역시 학업과 일 등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식문화, 식품산업의 발달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이러한 까닭에 가족과 한집에 살면서도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할까,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가정에서 이루어지지 않음은 풍족한 식생활 이면에 감추어진 빈곤이라 해도 무방하다. 혼자 식사하는 횟수가 잦으면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정 해체의 원인이 가족 식사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한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는 ‘가족의 날’을 정해 가족 식사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 식사가 지닌 가치는 변함이 없다. 끼니를 혼자서 대충 때우는 풍경이 익숙한 요즘, 가족 식사의 순기능이 더없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식구란 함께 밥 먹는 사이
‘먹는 일’은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생사가 달린 점에서 중요성이 동일하다. 그러나 오로지 살기 위해 먹는 동물은 같이 먹으면 더 많이 차지하려는 본능이 발동하는 까닭에 다툼이 일어나기 쉽지만, 사람은 같이 먹을 때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행복감이 높아지고 더욱 사람답게 보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라틴어 ‘친구(companion)’는 ‘빵(pan)을 함께(com) 먹는 사람’에서 유래했고, 한자어 ‘식구(食口)’는 ‘한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친구든 식구든 함께 밥을 먹어야 단어의 진정한 뜻이 성립된다. 이는 사람에게 음식이 단지 먹고 배부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은 아님을 방증한다.
실로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음식을 섭취함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뿔뿔이 흩어진 식구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서로 마주하여 밥을 먹는 동안 소속감은 물론 유대감과 가족애도 돈독하게 만든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관행이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것도 함께 먹으면 친밀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가족의 결속력 역시 한솥밥을 나눠 먹는 중에 다져진다.
자녀들은 정성스레 차려진 식탁 앞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느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연구 결과, 가족과 식사하는 횟수가 잦은 아이일수록 언어능력과 사고력·집중력이 높고, 신체 변화와 학업 스트레스로 예민한 청소년기의 탈선 확률도 낮게 나타났다. 또한, 규칙적으로 함께 식사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가정의 아이보다 평균적으로 더 풍부한 영양을 섭취한다. ‘규칙적인 식사만으로도 부모의 근심 걱정이 해결될 수 있다’는 어느 작가의 말대로, 가족 식사는 자녀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특효약인 것이다.
‘시간 맞추기도 어려운데 꼭 같이 먹어야 되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늘려보자. 부모가 가족 식사를 소중히 여기면 아이들도 자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함께 식사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그 자체로도 가족을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된다.
가족 식사의 꽃, 정겨운 대화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밥을 먹는다고 해서 긍정적인 효과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식탁 위에 맛있고 영양 가득한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아무런 대화 없이 침울한 얼굴로 밥만 꾸역꾸역 먹는다면 제대로 된 가족 식사라 볼 수 없다. 가족 식사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아도 의사소통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용지물. 훌륭한 식사는 웃음과 대화가 꽃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한 제약회사가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동료 혹은 가족과 식사할 때 대화하는 시간이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대화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밥상 앞에서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말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다 보니, 세간에는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손님에게 음식값을 깎아주는 식당이 등장하기도 했다.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식탁은 대화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하면 달리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양질의 대화를 효율적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옥시토신, 도파민 같은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대화도 더욱 잘 풀린다. 호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으로도 행복을 느끼지만, 여기에 먹는 즐거움이 더해지면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만 아니라 ‘어떤 대화를 나눌까’를 고민하며 대화를 위한 자리라는 생각으로 식사에 임하자. 그렇다고 그 시간을 기회로 자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내서는 안 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상대편은 진수성찬이라도 먹기 싫어지고, 식사 시간이 고문과도 같아 그 자리를 피하고 말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묻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되, 혹여 의견 차이가 생기더라도 비난하거나 훈계하지 말고 좋은 분위기를 유도하자.
식사 때마다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는, 식구들이 그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이 가족들을 식탁으로 불러들이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모여든다. 가정에서의 식사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면 가정생활의 만족도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까지 높아진다.
모두가 즐거운 식사 시간, 이렇게 만들어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먹으면 내장 기능이 원활해져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가 잘된다. 소화기관은 신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불편하고 언짢은 기분으로 밥을 먹으면 식욕도 못 느낄뿐더러, 위액 분비가 억제되고 위장의 연동운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체하기 쉽다. 부정적인 감정은 식전에 해소하고 가족과 갈등이 있더라도 화해한 뒤 식사하는 규칙을 세워두면, 식사를 계기로 분위기도 전환되고 감정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하기 위해서는, 식사와 관련된 가사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한 사람이 분주히 밥상을 차리고 나머지 식구들은 와서 밥만 달랑 먹고 간다면 가족 식사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 장보기,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차리기, 뒷정리와 설거지 등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가족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힘을 보태면 주방 일을 한결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면서도 두루두루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된다. 서로 도우려는 행동에서 배려심을 느껴 가족애까지 도타워진다.
식사 예절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예절 바른 식사 태도는 가족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이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아니라 집에서도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다. 배가 고프면 먹기 바빠 예의를 지키는 데 소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족끼리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피곤하게 예절까지 지켜야 되나?’라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면 그 자리가 결코 즐거울 수 없다.
식사 전후에는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며 힘차게 인사하고, 식사할 땐 예의를 갖추고 행복한 얼굴로 맛있게 먹자. 감탄사나 유머 등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면 자연스레 기분 좋은 담소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식사 시간을 즐겁게 만드는 비결은,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 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면 식구를 즐겁게 해주고 싶고, 배려하는 행동이 절로 나온다. 대화 대신 TV와 스마트폰에 눈길을 준다거나,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멀리할 수 있다. 반찬 투정은 고사하고 마른 빵 한 쪽이라도, 감자 한 알이라도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
삼십 년간 행복을 연구한 어느 작가가 저서의 말미에 이런 물음을 던졌다. ‘행복의 핵심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는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거기에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소박한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행복에 대해 내린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함께할 수 있기에 가족 식사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가족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상에서 가족과 도란도란 대화하며 밥 먹는 행복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는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모여 여유 있게 식사하는 자리, 정성스레 차린 음식 위에 사랑의 대화와 웃음으로 양념을 곁들이자. 소중한 가족과 즐겁게 하는 식사는 그 어떤 수라 못지않은, 진정한 진수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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