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가정생활

일상 밖의 시간을 가족과 함께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살뜰히 꾸려가는 가정은 행복이 지속된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가 무색하게도, 학교로, 일터로, 여러 용무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오롯이 함께하는 날이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계속 있으면 부딪힐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갈등을 잘 대처하면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행복은 그런 과정 뒤에 온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 시간을 능동적으로 슬기롭게 꾸릴 때, 흔들림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구가 무색하게도, 학교로, 일터로, 여러 용무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오롯이 함께하는 날이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 바쁜 일상에 치여 미처 가족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는 함께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가도 막상 휴일이나 휴가가 길어지거나 방학, 명절, 퇴직 혹은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계속 있으면 부딪힐 일이 한둘이 아니다. 가중된 가사, 육아로 인한 피로, 생활 습관의 차이, 생체리듬이 깨어져 생기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잠재하고 있던 문제까지 표면으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쉬는 날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호소한다. 직장에서 상사와 종일 같이 있을 때보다 가정에서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본디 집이란 가족이 서로 도우며 생활하는 곳인데 가정에 오래 머물수록 갈등이 잦고 심지어 ‘코로나 이혼’, ‘황혼 이혼’과 같은 가족 해체 현상을 꼬집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니 안타깝고도 모순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평화로운 가정이 있다. 어째서일까?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은 집마다 다르겠으나,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데 서투른 가정을 위해 몇 가지를 알아보자.


“우리 뭐하지?”―미리 계획하기


평상시의 일상은 따로 계획하지 않아도 가족이 각자 정해진 생활 패턴에 따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다툴 일이 적다. 문제는, 해야 하는 일이 없는 날이다.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없이 온종일 집에만 있다 보면 무의미하게 하루를 흘려보내기 쉽고, 그렇다고 급작스럽게 가족에게 무언가 하자고 하면 당황스러워할 수 있다. 또, 각자 원하는 바가 달라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갈등이 빚어진다.

휴일이 다가오면 가족회의를 열어 크게 오전, 오후, 저녁 시간대로 나누어 무엇을 할지 미리 상의하자. 그 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식사는 언제 하고 식단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외출한다면 시간은 얼마나 쓸지, 무엇을 준비하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할지도 계획하면 좋다. 가족회의를 통해 토론하는 습관은 평소 가족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종일 집에 있더라도 식사, 기상·취침 시간을 정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성장기 자녀에게나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가족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늦잠은 생체리듬을 망가뜨리므로, 잠이 부족하다면 낮잠으로 보충하되 한 시간을 넘기지 않기를 권한다.


“같이 하면 쉽고 빠르게 끝나요”―역할 분담하기


집이 생활의 토대로서 제구실을 톡톡히 하려면 그때그때 해결해주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많다. 그러한 일들이 어느 한 사람에게 몰리면 불만이 생긴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양육 문제까지 겹치면 분쟁의 불씨가 되고 만다. 평소 가부장적인 사고가 배어 있거나 가사 분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던 가정에서는 휴일에 이로 인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집안일은 시간과 힘이 적지 않게 드는 데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식구가 먹을 음식을 만들고, 입을 옷을 빨며, 머무는 공간을 보살피는 일이다. 그러므로 가족 구성원들의 협동심이 필요하다. 부부만 분담할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집안일에 다 같이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꾸준히 참여시키는 게 좋다. 가족이 함께하는 날, 시간을 정해 집안일에 다 같이 팔을 걷어붙여 보자. 귀찮고 하기 싫은 일로 여기지 말고, 가족을 위한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마음으로 같이 감당하고 같이 쉬자. 가사 분담이 잘되는 집은 화목하고 가족 간 유대감도 크다. 함께 요리하여 건강한 밥상을 준비하면 가족 화합의 장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우리 집을 도서관으로”―책을 가까이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있듯,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도 세상을 살아가려면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만, 어른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려면 책을 늘 가까이해야 한다.

부모의 생활 습관은 자녀에게 삶의 지침서나 마찬가지다. 다중매체로 정보를 습득하기보다는 부모가 독서 분위기를 조성해 사색하고 탐구하며,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보이면 자녀의 학습 태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하니, 공부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빚을 확률도 낮아진다.

휴일이면 가족과 함께 ‘가족 독서 시간’이나 ‘독서 토론 모임’을 갖는 건 어떨까. 읽은 책의 내용을 요약해 자기 생각을 발표하면 지혜와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도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족 문화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는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져들 염려도 적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몸을 움직이기


운동은 유소년기 아이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청소년들에게는 학업 능력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청·장년들에게는 체력 유지와 활력 증진, 노인에게는 치매 예방, 근력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고로 운동은 전 연령대, 온 가족에게 필요하다.

현대인의 병,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심리적인 힘도 몸에서부터 비롯된다. 운동은 여러 호르몬의 작용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쬐는 햇빛은 하늘이 주는 공짜 영양제다. 비타민D 생성을 위해서는 매일 적어도 15~30분은 햇빛을 받아야 한다.

가족이 함께 운동하거나 자연을 거닐며 웃다 보면 개개인의 스트레스만 아니라, 서로에게 안 좋은 감정도 해소된다. 운동을 공동 관심사로 대화도 더 많이 나눌 수 있으며, 하이파이브나 짝을 이뤄 스트레칭 등을 함으로 피부 접촉의 기회도 많아져 한층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운동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가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평소 가족과 함께 운동하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손에서 내려놓아요”―스마트폰 사용 자제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대신 가족 간 대화의 단절을 초래한 스마트폰.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해 부부, 부모 자녀 간 갈등을 빚는 가정이 적지 않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무료하다 싶으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그것을 보는 재미에 빠져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함은 물론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빼앗기고 만다.

그렇다고 자녀나 배우자의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부정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뺏는다든가 무조건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하기보다는 ‘가족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한 번 스마트폰 사용량 점검하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시하기,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등 규칙을 세우고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노력하자. 가족이 심리적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에 의존하지 않도록 늘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며, 여가 시간에 함께할 수 있는 건전한 가족 문화를 만들자.


“나보다 우리가 먼저”―아낌없이 배려하기


뭐니 뭐니 해도 가족과 함께할 때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요소는 배려다. 같은 공간에서 의식주를 공유하며 가까이 지내는 만큼 집에서는 각자의 사생활이 잘 보장되지 않고, 그로 인한 불편도 자주 겪는다. 싫든 좋든 한 공간에 있어야 하므로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다. 그렇기에 더더욱 배려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마다 서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르고, 같은 상황이라도 생각과 표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을 무시한 채 내 주장만 펼친다거나 서로의 영역과 공간을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아무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가족의 동의를 구하고 마음을 모아야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서로 의견이 달라 맞서는 경우, 다름을 수용하는 가운데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자.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기에 앞서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의 기분을 살피며, 평소에 지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고 사랑 표현을 많이 하면 가족 면역력을 높여 갈등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



한국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어느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활동 영역 중 행복도를 결정짓는 가장 큰 잣대는 ‘가정생활’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의식주가 얼마나 잘 해결되느냐가 아닌 가족과 얼마나 많이 대화하고 웃느냐를 뜻한다. 가족과 긴 시간 붙어 지내면 단점이 잘 보이기 마련이나, 갈등을 잘 대처하면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행복은 그런 과정 뒤에 온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말자. 편안한 장소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하기보다는 균형을 잘 잡아나가자. 가사와 휴식의 균형, 공부와 운동의 균형,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 가족 구성원 간 행복의 균형, 역할 분담의 균형, 친밀성과 자율성의 균형…. 이러한 균형을 잘 이루어야 집이 진정 편안한 장소가 된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 시간을 능동적으로 슬기롭게 꾸릴 때, 일상을 벗어나더라도 흔들림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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