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대화를 위한 TPO

국내 패션업계의 마케팅 용어에서 유래한 TPO[티피오]란 Time·Place·Occasion의 약어로, 시간·장소·상황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흔히 사용된다.

의복만 아니라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말 역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아야 듣는 사람에게 뜻이 제대로 전달되어 말하는 바의 목적이 이루어지고, 함께 대화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묵하거나 적절한 시점이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때로는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도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말하기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가 주고받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TPO[티피오]란 Time·Place·Occasion의 약어로, 국내 패션업계의 마케팅 용어에서 유래했다. 시간·장소·상황을 고려해 그에 걸맞은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흔히 사용된다. 옷은 일차적으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아울러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마음가짐을 나타내기도 한다. 면접장에 티셔츠와 청바지 같은 평상복을 입고 가거나 장례식장에 색상이 화려한 옷을 입고 참석하는 등 때와 장소에 적절하지 않은 옷차림은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불쾌감마저 유발한다.

의복만 아니라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말 역시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에 맞아야 듣는 사람에게 뜻이 제대로 전달되어 말하는 바의 목적이 이루어지고, 함께 대화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가족처럼 편한 상대라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을 아무 때나 아무 데서고 하면 곤란하다. 아무리 유려한 말이라도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친밀감을 위해서든, 원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서든, 원만하고 즐거운 대화를 하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Time. 시간대 의식하기


아침 시간대 여느 가정의 모습은 등교나 출근 준비로 분주하다. 눈 떠서 집을 나서기까지의 시간이 한정적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고 신경이 곤두서기 쉽다. 그러다 다툼이 생기기도 하는데, 아침에 가족과 다투기라도 하면 온종일 마음이 불편해 다른 일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아침에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도록 마음을 느긋하게 갖고 상냥한 말투로 긍정적인 내용의 말을 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집을 나설 때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과 사랑의 표현을 건네면 서로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바깥에서 일과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대에는 가족이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되어 있기 마련이다. 귀가한 가족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말부터 하기보다는, 학교나 직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심을 보이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

저녁 식사 시간은 음식이라는 보상이 있는 데다 아침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과를 마친 후라 긴장을 내려놓기 때문에, 가족끼리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대화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면 자녀의 인성 교육에 큰 도움이 되고, 가족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 식사 시간을 즐겁게 하려면 무거운 대화 주제를 피하고, 서로 잘한 일을 칭찬하며 격려하는 말이 오가야 한다. 가족의 부족한 점을 고쳐주고 싶더라도 식탁 위에서 훈계나 잔소리는 금물이다.

잠들기 전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가족에게 근심거리가 있다면 다독여주고 혹여 기분을 상하게 한 일이 있다면 애정 어린 사과로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면 수면의 질도 높아지고 다음 날 한결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다.


Place. 장소 고려하기


흔히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하는 장소로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곳을 택한다. 중요한 협상을 할 때도 장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만큼 대화를 나누는 장소는 대화의 목적을 달성하느냐 실패하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족과 대화하는 장소는 거의 집이다. 집은 가족 구성원 간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므로 대화하기 가장 편한 장소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하고 싶은 말들을 세심한 주의 없이 마구 쏟아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집은 그 자체가 대화하는 곳이나, 유쾌하지 않은 대화는 다른 가족을 피해 당사자들만 따로 자리를 마련해 나누어야 한다. 자녀 중 하나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자리에서 꾸짖고 추궁하기보다는 다른 가족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훈육하고, 부부간에 의견이 충돌할 때는 자녀가 없는 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주제의 대화는 집 밖을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 “얘기 좀 해” 하며 일방적으로 방문을 닫고 대화를 시도하면 상대방은 방어벽부터 세우게 된다. 대신 탁 트인 야외에서 바람을 쐬며 걷거나 조용한 찻집에 앉아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대화하면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수월해진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돼, 감정이 격해져도 절제하면서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다.

가족이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가족을 책망하거나 격 없이 대하면 가족의 체면을 구기고, 보는 사람에게도 불쾌감을 준다. 반대로, 체면과 품격을 중시해 바깥에서는 가족에게 다정다감하면서도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태도로 돌변하면 가족 간의 신뢰가 깨어지고 만다. 가장 좋은 모습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이 가족에게 다정하고 예의 있게 대하는 것이다.


Occasion. 상황 파악하기


국내 한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비서가 사용자와 대화하기 좋은 시점을 감지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로봇이 능동적으로 사용자에게 말을 걸되, 무턱대고 대화를 시도하면 사용자가 성가실 수 있으니 상황을 먼저 파악하게끔 하는 기능이다. 한마디로 눈치를 본다고나 할까. 로봇에게 눈치를 장착한다는 건, 대화에 앞서 상대방의 상황을 민감하게 살피는 일이 선택 아닌 필수라는 방증이다.

주위 분위기나 대화의 맥락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상대방이 공감할 수 없는 말을 하면, 나쁜 의도는 없어도 주위 사람이 피곤하고 언짢을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피로감, 허기,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에 놓여 있을 때 상황 파악을 잘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공감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과나 요구, 부탁과 같이 상대방의 긍정적인 행위를 도출해 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눈치를 발휘해야 한다. 상대방이 들어줄 만한 상황인지, 기분이 어떤지를 파악한 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원하는 바를 말해야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설령 상대방이 어떤 일을 잘못했다 하더라도 나의 감정에만 치중해 짜증과 분노로 지적하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그 뒤에 이어지는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진정한 대화는 말을 내뱉기 전 상대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단순히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를 취하는 태도와는 다르다. 대화의 중심은 내가 아닌 상대방이라는 생각으로, 표정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상대방의 감정과 주위 상황을 제대로 보아야 그에 적절한 대화도 가능해진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니라.”

성경의 잠언에 나오는 말이다. 말의 어순과 단어 선택이 올바르고 반론의 여지가 없는 말이라도 경우에 합당하지 않으면 금사과가 아닌 상한 사과가 되고 만다. 때와 장소에 맞는 말을 하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침묵하거나 적절한 시점이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과 어울리는 상황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도 요구된다.

때와 장소, 상황을 고려한 말하기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대화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경우에 합당한 말인지 아닌지는 듣는 이의 판단에 달렸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읽고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대한다. 경우에 합당한 말이 중요한 이유도 단지 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만 아니라, 상대를 헤아리려는 노력이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전해져 결국 상대의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상대의 마음이 열렸을 때 진심 어린 대화가 이루어진다.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가 주고받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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