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빨갛고 둥글다. 바나나는 노랗고 길쭉하다.’ 사과가 빨갛고 둥글다고 해서 바나나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듯, 각기 다른 삶이 존재한다. 상대의 뛰어난 면모를 자신과 비교해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그 점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자극제로 이용하면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으면서 분발의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 진정한 가치와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감사하고 만족할 때 창조된다.
‘사과는 빨갛고 둥글다. 바나나는 노랗고 길쭉하다.’
뇌과학자들은 사람이 어떤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이 다른 사물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비교는 서로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알게 한다. 음료수 하나를 고를 때도 맛, 가격, 브랜드, 포장 등을 비교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사물을 인식할 때만 아니라 존엄한 인격체마저 ‘비교’라는 보이지 않는 양팔 저울에 올려놓곤 한다. 성격, 외모, 재력, 능력, 가문 등 다양한 면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다른 가족의 구성원과 견주어 평가하기도 한다. ‘친구네 아이는 걸으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네’, ‘옆집은 이번에 큰 차로 바꿨던데 우리는 언제쯤 새 차 살까’ 하는 식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과 비교 대상이 되고 또 비교하며 살아간다.
비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비교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마음속에서 우울감과 우월감이 널뛰기한다는 점이다.
비교는 행복의 척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듯하다. 실험자가 두 마리의 원숭이를 각각 우리에 넣어 조련한 뒤, 한 마리에게 보상으로 오이 한 조각을 주었다. 그런데 오이를 잘 받아먹던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에게 보상으로 포도 한 알을 주는 모습을 본 뒤로 태도가 확 바뀌었다. 실험자가 주는 오이를 집어 던지는가 하면 우리를 잡고 흔들며 난폭한 행동을 했다.1)
미국의 문화비평가 헨리 멘켄은 ‘동서보다 1년에 최소한 100달러 더 벌면 부유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미국 경제학자 이스털린 교수가 제자들에게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A는 자신의 연봉이 10만 달러이고 동기들은 20만 달러, B는 자신의 연봉이 5만 달러이고 동기들은 2만 5천 달러라는 가정이었다. 그러자 제자들의 2/3가 B를 택했다.2) 연봉의 절대적인 액수가 많은 쪽보다는 동기에 비해 많은 쪽을 다수가 선호한 것이다.
비교에는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상향 비교’와,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하향 비교’가 있다. 상향 비교를 자주 할수록 열등감에 의한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높고 자존감과 만족감, 행복 지수는 낮아진다. 하향 비교는 일시적으로 위안을 주는 효과가 있으나, 그로 인한 우월감과 행복감은 ‘과연 정당한가’, ‘유쾌한가’라고 자문할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비교라는 수단으로 기분이 쉽게 좋아지면 비교로 인해 기분이 쉽게 나빠지기도 한다. 사회적 비교는 마치 행복의 척도인 양 행불행을 판가름하지만,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으로는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없다.
행복한 사람은 비교에 무디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소냐 류보미르스키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똑같은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각각의 참가자들에게 두 종류의 피드백을 주었다. 절대적 기준으로는 좋은 점수이나 다른 사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다는 피드백과, 절대적 기준으로는 낮은 점수이나 다른 사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피드백이었다.
사실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참가자들의 행복 지수를 조사하였고, 이를 토대로 피드백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행복 지수가 낮은 사람들은 절대적 기준의 성적보다는 남보다 뛰어난지 그렇지 않은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그러나 행복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적이 어떻든 본인의 성적이 높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말하자면 타인과의 비교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행복해서 비교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비교에 무디어 행복한 것인지 그 인과는 알 수 없으나, 행복한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비교를 덜 하고 그러한 이유로 본인의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타인을 향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 어떤 삶을 추구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 자문해 보자. 그리고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자. ‘갖지 못한 것을 바라느라고 지금 가진 것을 등한시하지 말라. 지금 가진 것이 한때는 소망하는 것 중에 있었다’는 어느 고대 학자의 말처럼, 행복은 남보다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느냐 혹은 더 뛰어나느냐가 아닌 자신이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렸다.
같은 크기의 도형이라도 주변에 있는 도형의 크기에 따라 커 보이기도 하고 작아 보이기도 하는 시각적인 착각 현상을 ‘착시’라 한다. 타인과의 비교로 얻은 행복과 불행은 착시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가치와 행복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감사하고 만족할 때 창조된다.
슬기로운 비교 사용법
정신과 의사가 행복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난 이야기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저자는 행복의 비밀 23가지를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해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청객과도 같은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부정적인 결과가 따르는 비교를 그만두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하는 슬기로운 비교 사용법을 연마하는 것이다.
슬기로운 비교를 위해서는 비교의 순수 기능에만 의미를 두어야 한다. 상대의 강점과 나의 강점은 ‘사과는 빨갛고 둥글다. 바나나는 노랗고 길쭉하다’는 사실과 다름없는 개인의 특징일 뿐이다. 사과가 빨갛고 둥글다고 해서 바나나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각기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듯, 각기 다른 삶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면 비교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비교하는 심리가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혹은 우월감을 느끼는 수단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훌륭한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보다 나은 점을 발견할 때, 감탄하며 배우려는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이 나보다 낫다는 점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면에서 특출나더라도 부족한 면이 있고, 부족한 면이 커 보이는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뛰어나기 마련이다. 상대의 뛰어난 면모를 자신과 비교해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그 점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자극제로 이용하면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으면서 분발의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
남보다 우월해지려 애쓰는 사람은 때로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곤 한다. 슬기로운 사람은 비교의 대상을 남이 아닌 자신으로 삼는다.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 변화와 성장의 정도를 살피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에 얼마만큼 가까운지 가늠하는 생산적인 비교를 추구한다.
자신이 누릴 행복과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주변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얻으려 하면 타인은 모두 경쟁자가 되고 만다.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그들의 행복에 진정으로 기뻐하는 일도 어렵게 된다. 다른 사람이 좋은 일이 생겨서 행복해할 때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고, 자신을 외로움에 빠뜨리지 않는다.
삶은 제로섬게임3) 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이 더 나아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고 해서 결코 나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타인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타인의 행복을 나의 불행으로 삼지 않고 스스로 내면에서 감사와 만족감을 일구어낼 때 마음의 착시가 걷힌다. 외부의 자극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진짜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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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uri Jourdan, “Two Monkeys Were Paid Unequally: Excerpt from Frans de Waal"s TED Talk”, YouTube, Oct. 27. 2021.
2) 리처드 이스털린, 《지적 행복론》, 안세민 역, 윌북, 2022, 50-53쪽.
3) “제로섬게임[zero-sum game]”, 《두산백과 두피디아》,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