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거북이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거북이는 누가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에만 몰두했습니다.
#2 결전의 날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약속한 날이 되었습니다. 언덕 주위는 경주를 구경하러 모여든 동물들로 북적였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나란히 출발선 앞에 섰습니다.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을 맡은 여우가 호루라기를 크게 불었습니다.
휘익!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토끼가 쏜살같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졸졸 흐르는 개울을 지나 오솔길을 따라서 버드나무 언덕을 올랐습니다. 언덕 꼭대기에 다다른 토끼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까마득한 길 끝에는 거북이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토끼는 어깨를 으쓱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거북이가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겠지?”
토끼는 버드나무 그늘로 갔습니다.
“여기서 눈 좀 붙여야겠다.”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댄 토끼는 주머니에서 당근 조각을 꺼내 아삭아삭 씹었습니다. 시원한 산바람이 토끼의 귀를 간지럽혔습니다. 토끼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가더니 이내 입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3 멈추지 않는 걸음
뚝, 뚝.
거북이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끝에서 떨어졌습니다. 토끼는 출발 신호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거북이는 토끼의 속도에 개의치 않고 앞만 보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괜찮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돼.”
오솔길에 이르자 길이 점점 가팔라졌습니다. 거북이는 다리에 힘을 주며 비탈길을 올랐습니다. 그때 발밑에 있던 돌멩이가 움직이는 바람에 거북이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습니다.
“으아아!”
거북이의 비명에 딱따구리가 놀라 집에서 나왔습니다.
“거북아, 괜찮니?”
“으응, 다친 데는 없어.”
“토끼는 한참 전에 이곳을 지나갔어. 어쩌면 경주가 끝났을지도 몰라.”
“그래? 그렇다면 더 부지런히 가야겠네. 알려줘서 고마워.”
거북이는 무릎과 등껍질이 얼얼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고는 다시 한 걸음씩 올라갔습니다.
#4 승리의 주인공
“저기 거북이가 보인다!”
“토끼가 아니고?”
“어찌 된 일이야?”
결승선에 모여 있던 동물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웅성거렸습니다.
그때 간절한 마음으로 거북이를 응원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거북이의 가족이었습니다. 아들 거북이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빠, 조금만 더 힘내세요!”
거북이는 가족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났습니다. 멀리서 토끼가 헐레벌떡 언덕을 뛰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침내 거북이의 앞발이 결승선에 닿았습니다.
“거북이가 해냈어!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어!”
뒤늦게 결승선에 도착한 토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거북이에게 말했습니다.
“경주의 승자는 거북이 너야.”
토끼가 거북이의 앞발을 잡고 위로 들어올리자, 다들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아들 거북이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아빠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었습니다.
“아빠, 정말 멋져요!”
“여보, 고생 많았어요.”
거북이는 가족을 품에 꼭 안았습니다.
#5 도전의 이유
서쪽 하늘이 붉은 노을로 물들었습니다. 거북이 가족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엄마 거북이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가 왜 토끼와 경주했는지 아니?”
아들 거북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엄마 거북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얼마 전에 네가 친구들에게 느림보라고 놀림받아 속상했잖니. 아빠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했어. 그래서 네게 보여주고 싶으셨대. 걸음이 느려도 괜찮다는 걸.”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느린 게 창피한 일인 줄 알았어요….”
의기소침한 아들에게 거북이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남들과 똑같아질 필요 없어. 너만의 속도로 가면 돼.”
아들 거북이의 얼굴에 슬며시 생기가 돌았습니다.
“아빠가 경주에서 이겨 정말 기뻐요.”
“이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지.”
“그게 뭔데요?”
“끝까지 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이란다.”
거북이는 아들의 작은 등을 토닥였습니다. 노을이 거북이 가족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습니다. 거북이 가족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6 비하인드 스토리: 토끼의 은밀한 계획
버드나무 언덕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토끼는 일부러 잠을 청했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거북이가 결승선 근처까지 가 있겠지?’
그늘에 몸을 뉜 토끼가 며칠 전의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애들이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렸어요.”
“저런…. 거북이가 속상했겠구나.”
“그래서 제가 위로해 줬어요.”
“우리 아들, 친구를 배려할 줄도 알고. 멋진걸?”
토끼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거북이로부터 달리기 제안을 받은 건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토끼는 거북이가 경주를 청하는 이유를 듣고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리고 거북이에게 승리를 양보할 방법을 고민한 끝에 낮잠을 자기로 결심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