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연말 결산'

가족사진을 보며 연말을 결산했습니다. 사진에 담긴 우리 가족은 매우 즐겁고 기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을 곰곰이 돌아보니 제가 가족을 행복하게 해준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매우 아쉬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며칠만이라도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행복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4년에는 가족에게 더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편은 말수가 적었습니다. 답답하기는 해도 간섭받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대화가 많이 없으니 남편이 홀로 외로워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먼저 다가가 진심을 전하며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편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말수도 많아지고, 빈손으로 귀가하는 날이 드물 정도로 사랑의 간식을 사 오곤 하지요. 이렇게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맞으니 그 어느 해보다 행복합니다.

우리 가족은 연말 결산으로 조촐한 홈파티를 계획했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한껏 들뜬 마음으로 슈퍼에서 식료품을 산 뒤 집에 돌아와 맛있게 요리했습니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서로 감사와 격려를 전했고, 새해에는 지금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며 천국 소망을 키워가자고 다짐했습니다.

행복한 가정 예배를 드린 뒤 한 명씩 돌아가며 가족에게 고마웠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부끄럽고 서먹해하면서도 그간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현하니 함께 웃게 되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건 칭찬과 다름없는 듯합니다. 더 가까워지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가족과 함께 보았습니다. 사진 속 즐거웠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기쁜 일, 웃을 일이 참 많았더군요. 하나님 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형과 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부모님과 외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장기자랑을 준비했습니다. 형은 비올라, 저는 클라리넷을 3주 정도 연습했지요. 그렇게 집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더니 모두들 기뻐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연주를 들려드려야겠습니다.

가족과 함께 2023년 마지막 휴일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세 가족은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여름휴가’를 꼽았습니다. 남편은 “아들이랑 휴가를 함께 보내면서 직장 생활에 대한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아들도 “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좋았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성인이 된 아들과 짧게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모를 이해해 주는 장성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뒤에는 가장으로서 어렵고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묵묵히 가정을 지켜준 남편에게 감사의 의미로 상장을 건넸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이 대화하며 가정의 행복을 이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