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미역국

집을 떠나 타국에서 지낸 지 어느덧 3년이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엄마가 만든 음식이 그리워 타향살이의 설움을 느끼지만 특히 생일날이면 더 많이 생각납니다.

생일날 아침이면 집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눈을 뜨곤 했습니다. 엄마는 비싼 소고기를 넉넉히 넣어 미역국을 진하게 끓여주셨습니다. 따뜻한 밥과 미역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워 집을 나서면 온종일 행복했지요.

엄마의 미역국이 그리워, 생일에 혼자서라도 끓여 먹으려고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검색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먼저 소고기를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불린 미역과 참기름을 넣어 계속 볶아준 뒤, 다진 마늘과 물을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되더군요. 그렇게 생애 처음 제 손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국물 맛이 엄마가 끓인 미역국 맛에는 미치지 못했지만요.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더니 엄마는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려면 오랜 시간 푹 끓여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엄마가 끓인 미역국이 진하고 맛있었던 건 엄마의 시간이 그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임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엄마 밥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던 코흘리개가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 품을 떠나 사는지…. 내년에는 생일에 맞춰서 들어와. 미역국 끓여줄게.」

엄마도 메시지로 그리움을 전해왔습니다. 혼자서 밥과 미역국을 먹고 있자니 엄마가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미역국이 사실은 출산한 산모에게 좋은 음식인데 생일을 맞은 사람에게 끓여주는 풍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배 아파 나를 낳은 그날마다 저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주며 태어나줘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다음 생일에는 집에 가서 엄마에게 소고기 넣은 미역국을 끓여 드려야겠습니다. 엄마 얼굴을 보며, 낳아줘서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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