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주아주 이쁜 조카가 있습니다. 조카는 외할머니를 정말 살뜰하게 챙깁니다.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과자나 고구마, 감자, 귤 등을 수시로 보내드리고, 맛있는 것 사서 드시라고 일 년에 세 번씩 용돈도 꼬박꼬박 부칩니다.
이런 조카가 작년에 매우 힘든 일을 겪었습니다. 조카는 결혼한 지 오래되어도 아기가 없어 마음고생 하다가 겨우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출산 바로 직전에 그만 아기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만 것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저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조카가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조카는 열 달 동안 배 속에 있는 아기를 금이야 옥이야 기르며 건강하게 만날 날만 기다렸다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이모. 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내 딸이 이렇게 보고 싶은데,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조카의 엄마는 제 여동생입니다. 사실, 친정엄마와 저는 동생과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진 채로 지냈습니다. 동생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와 엄마를 오해하고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조카는 엄마가 병원에 오면 설득해서 이참에 외할머니와 이모를 만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조카의 배려로 엄마와 저는 동생을 만났습니다. 동생이 어떤 감정일지 몰라 조심스러웠지만,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기뻤습니다. 부디 동생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랍니다.
그 후, 조카는 어렵사리 쌍둥이 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련을 잘 이겨낸 조카가 대견스럽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을 겪으면서 그 와중에도 외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준 조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들과 함께 조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쁜 조카야, 많이많이 사랑해. 네가 자랑스럽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