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수제비와 엄마의 눈물

회사에서 점심으로 김치수제비가 나왔다. 메뉴를 보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소리를, 옆에 앉은 동료 직원이 듣고 물었다.

“김치수제비 좋아하시나 봐요?”

나는 김치수제비를 정말 좋아한다. 칼칼한 김치 국물과 쫄깃한 밀가루 반죽이 한데 어우러져, 한입 먹을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사실 김치수제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김치수제비에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우리 집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부모님은 4남매 배곯지 않게 하시려 여러 가지 일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그래도 우리들의 먹성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는지, 엄마는 쌀밥보다 라면이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을 해주시는 날이 많았다. 하루는 엄마가 우리 그릇에 수제비를 떠 주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아가들, 수제비만 해주고 따뜻한 밥 못 해줘서 미안해….”

흐느껴 우는 엄마를 보며 깜짝 놀랐다. 우리는 괜찮다며, 수제비를 정말 좋아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날 우리의 위로에도 엄마는 한참이나 눈물을 흘리셨다.

김치수제비를 먹을 때면 그날 엄마의 눈물이 떠오른다. 자녀들 입에 따뜻한 쌀밥을 넣어주고 싶으셨던 엄마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엄마가 보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그래, 막둥이구나. 왜 전화했어?”

‘엄마가 보고 싶어서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이내 들어가 버렸다. 우물쭈물하다 “그냥요” 하고 얼버무렸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전화 드리지 못한 죄송함마저 더해지니 더더욱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짧은 안부만 여쭙고 전화를 끊었다. 하릴없이 전화기만 바라보다 가만히 되뇌어본다.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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