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개구쟁이 6살 아들이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제 곁을 떠나지 않고 빙글빙글 웃고 있더군요. 제가 설거지를 끝내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귓속말로 소곤거렸습니다. 마치 큰 비밀이라도 누설하는 것처럼요.
“엄마, 있잖아. 내가 엄마 주려고 산삼을 주워왔어. 히히.”
“뭐? 산삼을?”
산삼을 캐온 것도 아니고 사온 것도 아니고 주워왔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이는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제 손을 잡고 베란다로 이끌었습니다.
웬걸, 거기에는 인삼처럼 생긴 커다란 인삼벤자민 뿌리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누군가 말라 죽은 인삼벤자민을 화단에 버렸는데 아이는 그것이 산삼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아이는 동화책에서나 보았던 산삼을, 그것도 엄청나게 큰 것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나 봅니다. 혼자 들기에는 벅차 집까지 낑낑대며 끌고 온 것이었습니다.
“엄마, 산삼 정말 크지? 이거 먹고 힘내!”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 나무뿌리를 힘겹게 끌고 왔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느낀 감동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정말로 산삼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났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그날의 감동과 행복까지 생생하게 느껴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한 조각 기억이 산삼보다 더 큰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닐까, 기분 좋은 착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