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애교 많고 엄마만 찾던 아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무덤덤해지고 엄마보다 친구를 더 찾더군요. 어느덧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자식이 장성하면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게 당연하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마음에 생겼습니다. 집에 와도 볼일만 보고 금방 가는 아들을 보며 ‘직업 특성상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함께하고픈 마음 때문인지 괜히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자식 사랑은 외사랑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날씨 탓에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더니 아들이 물었습니다.
“엄마,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왜?”
“엄마 목소리가 왠지 힘없이 들려서, 어디 아프신가 해서요.”
“환절기라 목이 잠겨서 그렇지.”
“건강 잘 챙기셔요.”
아들이 관심 가져주니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일하느라 한창 바쁠 시간에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왔습니다.
“아들, 무슨 일 있니? 어디 아파? 사람들이 속상하게 하니?”
“저는 괜찮고 아무 일 없어요. 어제 엄마 목소리가 안 좋아서 정말 아무 일 없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보러 왔어요. 그리고 여기 엄마가 좋아하는 초밥. 그동안 부모님께 늘 감사하면서도 나 살기 바쁘다고 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들의 진심을 들으니 얼굴에는 웃음이, 마음에는 행복이 넘쳤습니다. 그날 오랜만에 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아들의 고민에 조언도 해주고, 아들로부터 사랑이 담긴 말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서운함이 싹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앞으로 마음을 더 표현하고 서로 응원해 주자고 약속했습니다. 가족도 얼굴 보며 사랑을 표현해야 관계가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가 봅니다.